난 감사해!
언니네 가족이 잠시 집에 왔다.
첫 조카가 미국에서 파일럿 되려고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내일 드디어 다시 미국으로 떠나는 날이다. 난 정성스레 멸치볶음을 이것저것 놓고 만들었다. 갈 때 가져가라고… 언니가 엄마로서 만들고 난 이모로서 하나 더 만들어주고 싶었다. 먹을 때 만들어준 사람이 떠오른다는 건 가끔 그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기도 하니까..
언니는 시댁과 친정 덕에 빠른 부를 이뤘다. 현재 임대업에 갖고 있는 부동산이 꽤 많다. 그런데도 “ 부모가 해준 게 뭔데?!” 라며 오늘 나에게 언성을 높였다. 듣고 보니 대학생활 동안 학교 다니느라 아르바이트하며 용돈 버느라 힘들었다고 난리다. 그건 모두 다 똑같았다. 나 역시도 그랬고 동생들도 그랬다. 남동생인 경우는 워낙 늦둥이라 그때는 형편이 좀 나아져서 그렇지 않았던 이유도 있는데 남동생에게만 뭐든 다 잘해준 것으로 몹시 섭섭한 게 많은지 가끔씩 툭툭 그런 말이 튀어나온다.
내가
<왜 부모님이 우리에게 해준 게 없어?>
그랬더니
<넌 뭐 받았어?>
이런다!
가슴이 너무 먹먹해졌다.
순간,,,
내 아이가 내 자식이
이러면 너무 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말끝에 부모가 낳아주고 길러주는데,, 먹여야지 재워줘야지 입혀줘야지 책도 사줘야지 등등 자녀에게 물질적으로도 안 도와줄 수 있냐고, 충분히 우리도 도움받았다고 말을 건넸다. 어찌 보면 부모가 자식을 낳았으면 당연히 해야 할 도리인지도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벌어 살아가야 했던 부모님들 시절을 난 돌아보면 충분히 부모님이 우리를 위해 애써주셨단 생각을 해왔었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는 언니나 여동생에게나 가끔씩 한 번쯤은 꼭 듣게 되는 말이다. 생각에 묘한 차이가 있음에 이 원인이 뭘까를 이 밤중 고민하게 되었다.
난 본의 아니게 가난을 심하게 겪어봐서 지금 상황에 크게 감사해하고 있고 언니나 동생은 뭔가 모르게 불평불만이 많다. 부모님 앞에서는 그러지 않으니 다행인 걸까.. 좀 더 잘 살고 싶은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만은,,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오늘따라 내 가슴에 먹먹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2017년이었을 거다. 갑자기 찾아온 역경에 아이와 단 둘이 오갈 곳이 없어 한 해 부모님 곁에 있게 되었을 때 난 더없이 부모님의 소중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때론 눈치보며 생활했지만 그저 감사했고 지금도 감사하다. 부모님이 곁에 있어주신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고 살아갈 힘이 되었다.
다음에 언니나 동생이 내 앞에서
<해준 게 뭐가 있는데!>
이러면 난 꼭 딱 잘라 말해야겠다.
<내 앞에선 그런 말 하지 않았으면 해!>
<난 곁에 건강하게 있어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하다고!>
부디
내 조그만 정성 멸치볶음의 맛을
첫 조카가 언젠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가슴이 달빛을 먹고 먹먹해진다..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