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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작가 Oct 02. 2022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소확행

   어젯밤 드라마 <금수저>를 연속 재생, 정주행 했다. 막 잠들기 전, 영화라도 한 편 보다 잘까 했다가 눈에 띄는 드라마가 있어 1회만 봐보려다 쭉 봐버렸다. 새벽 4시 반까지.. 그러다 무거운 머리를 식힐 겸 세수하고 이 닦고 잠들었더니 아마 5시 정도에야 누웠던 것 같다. 더욱이 며칠 전 아이와 내 방을 바꾸고서 새로운 공간에서 잠을 청했던지라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면도 있었다. 아이에게 큰 방을 내주었는데 부담스럽다고 바꿔주래서 그러기로 했다. 앞으로도 언제든 바꾸고 싶을 땐 바꿔주겠노라 했다. 내 짐은 그리 많지 않아서, 바꾸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바꾼 잠자리에서 아이가 잘 자고 있나 걱정이 되어 옆에서 조금은 지켜본다는 것이 드라마에 빠져 새벽까지 뜬 눈으로 있게 되었는데 이렇게 새벽까지 잠을 안 자고 버텨본 게 10년 만이었던 것 같다. 잠이 많은 나는 잠잘 시간을 지나쳐 조금 무리하면 몸이 다음날 하루가 아닌 그 주일이 피곤해서 보통은 엄청 바른생활을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어제는 어찌 그 시간까지 버틸 수 있었는지.. 그랬더니 출근 시간에 역시 어김없이 눈을 떴지만 그대로 잠을 다시 청했다. 내 오늘의 컨디션이 걱정이 되어.. 10시 반쯤 엄마의 전화로 깨긴 했는데 왠지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꽤 괜찮았다.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요리를 하고 집 정리를 했다. 내일까지 여유로운 시간이었기에 마음 편히 하루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가 있어 동네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하고 수다도 떨고.. 아이랑 근처 학교 운동장에 가서 스트레칭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땀을 흠뻑 흘리고 들어와선 샤워를 하고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김치찌개와 양념불고기, 장어, 샐러드, 메추리알 조림, 멸치볶음, 새우 동그랑땡, 감자크로켓, 과일 조금씩.. 뷔페를 먹는 기분처럼 오래간만에 진수성찬을 차려보았고 정리를 다 끝내고 저녁 9시가 되자 가정용 노래방 기계를 틀고 노래 연습을 한 시간 했다. 이곳에 이사 와서 좋은 점은 주택이기도 하고 마당 공간이 매우 넓기도 하고 주변에 소리 영향을 주지 않아 마음껏 음악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 이사 오기 전에는 빌라였는데 어떤 때는 옆집에서 싸우는 소리까지 다 들리기도 했고 아랫집에 친구들이라도 들낙거리는 날이면 담배 냄새가 올라오고 소리까지 너무 시끄러워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아이와 둘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서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와닿던 이야기가 '하루하루를 그저 즐겁게 살자'였는데 큰 부자는 아니지만 빚 없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요즘에 감사할 뿐이다. 아이가 이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가고 학업에 전념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그럴수록 나만의 취미 생활도 하나 생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무엇보다 올해로 6년 간 부족하지만 점점 강해지는 엄마를 이해해주고 따르며 건강하게 그리고 여러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잘 성장하고 있는 딸에게도 진정 고마운 밤이다. 감사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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