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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작가 Jul 25. 2023

7월의 어느 날

2023년

이곳 제주는 비가 오다 멈췄다를 반복하고 있는 7월이다. 비가 와서 더운기를 식혀주는가 싶다가도, 습한 공기가 아주 반갑지만은 않다. 올해는 유난히도 비가 자주 내리는 것 같다. 흐린 날의 연속이다.


건조기가 있지만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언제 이불빨래를 해야 하나 그러고 있다.


중학교 2학년인 우리 아이는 이번 여름방학 처음으로 영어 수학 학원에 등록을 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서는 최상위가 버거운 모양이다. 혼자 스스로 공부해서 학년 석차 200명 중 20등은 했는데, 영어 수학 점수가 아주 좋은 편이 아니었다. 나머지 과목은 충분히 훌륭했다. 학원을 알아보는데 대부분 학생들이 모두 선행학습을 했기에  우리 아이가 들어가서 따라갈 수 있는 반이 없다고 했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충격이었다. 다행히 차선책을 찾고 실행 중이다.


인생에 학교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만, 아이가 원하는 대학과 학과 진학을 위해서는 게을리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제 스스로 필요성을 깨닫고 알아서 하는 시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는 열심히 하려고 한다. 뭐든 주어진 것은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해내려고 한다. ”예스 노"도 분명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알아서 구별한다.


물론 피곤해서 집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는 때도 있다. 내 말을 듣고 흘려버릴 때도 있다.


어느새 훌쩍 커버려서 자기 할 몫을 챙겨가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더 이상 나와 말다툼할 일도 없고 나와 둘이 쿵짝이 잘 맞는다. 얼마 전 뒷모습을 보고는 엄마와 딸이 바뀐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말도 들었다. 아이가 아빠를 닮아서인지 영양섭취가 좋아서인지 어쨌든 뼈대가 나보다 굵다.


단, 엄마랑 같이 자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한다. 작년 봄까지만 해도 혼자 무섭다더니, 추석을 기점으로 모든 것을 혼자 해내기 시작 이제는 완전한 독립 선언.. 당연한 것이겠지.. 엄마랑, 이런 의미를 떠나서.. 잘 때도 이제는 혼자 편히 자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물론 그랬던 것 같다.


7월의 어느 날,

새로운 변화를 조금씩 느끼면서

좀 더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아이를 바라본다.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음에 역시 감사한 요즘이다.

나무도 여름날 무럭무럭 자라듯이

아이의 키도 요즘은 눈에 띄게 커가는 것 같다.


아빠 빈자리에

미안한 마음이 올라와

남몰래 울컥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잘 자라주고 있음에 고맙다.


“도대체 엄마가 누구시니?

이렇게 잘 컸어? “

“아, 음… 글쎄요, 누구였더라,,

저 혼자 크고 있는데요.“(푸훗)


아이는 훗날

어떤 기억으로 이 시간을 추억할까,

부디 마음 먹먹해지지 않기를…

매 순간이 최선의 순간으로 따뜻하게 기억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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