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혼하기 전까지 공책에 일기를 썼다.
3년간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공책에 다양한 생각들을 글로 차곡차곡 써 내려갔던 때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이혼하게 될 줄 몰랐고
남들이 보기엔 우린 너무도 잉꼬부부였다.
결혼생활 12년 만에
큰 어둠은 한순간에 몰아쳤고
대화가 갑작스레 통하지 않았다.
다른 여자가 생겼더라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설마 했는데
이상했던 그의 행동들이 하나씩 이해가 되었고
내 맘 역시 완전히 돌아서버렸다.
한순간이었다.
내 휴직 3년 간
가사 육아 등 모든 일은 내가 도맡았고
틈틈이 내 공부를 했으며
그 사람에게 집안 걱정 말고
뭐든 하고픈 것을 해보라는
자유를 주었었다.
출장이 많아졌고 늦게 오는 날도 많아졌다.
그리고 그의 바람을 인정하게 된 순간
이혼 소장을 난 건넸고
재산과 양육 문제로 2년 가까이 기다리다가
상처투성이인채로
겨우 협의 이혼으로 마무리되었다.
빚만 있었던 그에게
내가 소유한 땅도 반을 현금으로
분양받은 새 집도 팔아 반을 현금으로 주었고
새 차도 아무 말 없이 그에게 주었다.
친권 양육권은 왈가왈부할 필요 없이 바로 내게 왔다.
누군가는 나쁜 짓을 했어도 이혼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어 머리가 아픈데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란 얘기를 내게 해줬다. 내 경우 이렇게 하니 깔끔하게 해결은 되었지만 난 속으로 얼마나 억울했는지 모른다.
난 10년이 넘은 자동차를 아직도 몰고 있다.
집은 조그맣게 새로 지었다.
그 사이 조그만 땅도 샀다.
이혼 직후
내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허전한 하나가
그 일상의 기록들을 일기장들을
이혼하며 집정리를 할 때
모두 싹 다 버려버렸다는 사실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기록되어 있어
모두 잊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인생무상, 그저 하루하루 현실이 중요하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기록을 다시 보고 싶지가 않았다.
최근엔 간간이 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내 일상을 공유하고 기록하는데
별별 이야기를 내가 다 쓰고 공개하고 있나 싶어서
다시 공책에다 일기를 써야 할까
생각이 들었던 오늘이었다.
그리고 일기를 공책에 쓰려는데
마침 깨끗한 새 줄공책이 당장은 없어서
다시 이곳에 주절주절 써보고는 있는데
어디까지 내 일상을 이곳에 쓰며 성찰할 수 있을지
하지만 분명한 건
이곳에 적는 일상의 기록은
왠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 구독자는 많지 않고
내가 글을 쓰고 있다고 알리고 있지도 않지만
”좋아요“ 눌러주면서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긍정의 힘을 얻고 다시 일상을 공유하게 된다.
2월도 이제 중순이다.
올 한 해 시작은 큰 변화로 시작했다.
삶은 정답도 없고
오롯이 내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삶이고
변화하는 과정이 있기에 재밌는 것 같다.
하지만 변화가 요동을 치며 머리를 아프게 하면
잠시 쉬어가면서 순리를 찾아가는 것도
꽤 훌륭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삶에서 갖고 싶은 것을
세 개 갖으려 하면 힘들어요
두 개도 힘들어요
어느 하나만 정확히 잘 갖어도
나름 성공한 삶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된 날이다.
브런치 공간을 통해 오늘 역시
여러 생각들을 진솔하게 나눠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