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하고 나름의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 10년 되어가는 이혼 과정을 그 당시 글로 기록해서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에게 길라잡이 역할도 해주고, 잘못된 제도는 좀 변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간절했었으나, 그 울분의 감정으로 글을 써내려 간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고 한 해, 한 해 시간이 흘러갔다. 미움이 저 한라산만큼 높아졌다가도 또 어떤 날은 오름처럼, 또 어떤 날은 조그만 언덕처럼, 그러다가 다시 분노가 크게 폭발하기도 했다.
지금은? 괜찮아, 괜찮아졌어, 그러다가도 역시나 감정의 기복이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고.. 가끔은 또 내가 언제 이혼했지?, 아, 이제 나 혼자구나.. 이러다가도... 아주 아주 가끔 기분 좋게 꿈에 누군가 나타나기도 하고, 기분 더럽게 누군가 나타나기도 하고.. 뭐 그러다가... 나오면 나오나 보다, 안 나오면 안 나온 대로.. 그 세로의 상승과 하강의 폭은 다행히 좀 줄어들었고 감정의 폭 널뛰기도 이제는 좀 가라앉아가는 것이... 나도 이제 조금씩 성숙해지는구나, 하다가도 다시 늙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던 내가, 요즘처럼 조금씩 여유가 생길 때(발을 다쳐 운동을 못해서..)... 리모컨으로 요즘 가장 핫한 1위 드라마가 뭐가 있지 하다가... 날밤 새는 줄도 모르고 정주행 하는 경우가 있다. 요사이 <키스는 괜히 해서..>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웃고 실컷 내 감정선을 터뜨려보게 된다. 아이가 엄마는 뭐, 신데렐라 풍 드라마 보면서 좋아해요? 하는데, 그 소리가 이 나이에 뭐 어때서? 이젠 너무 현실적인 것 말고 저런 귀엽고 통통 튀고 순수한 사랑 해보면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 이제 나도 싱글인데~ '데친 시금치' 되지 않게 나름 잘 관리하고 있고 앞으로도 쭉~ 노력해보는 것으로... 비록 학교 선생님이 돈 못버는 연예인이긴 하지만~
예전에 내가 20대 때는 잘생긴 사람은 바람이 난다는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혀, 잘생긴 사람이 나를 좋아하면 너무 부담스러웠다. 외모만 봤을 때, 좀 모자란 듯 한 사람이 나를 더 아껴주고 나만 좋아할 것이라는 매우 모자라고 무식한 신념에 사람을 잘못 선택한 게 아닌가 싶다. 내 첫 남자가 아이 아빠이자 전 남편 이것으로 내 사랑이 끝나기엔 내 삶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하지만 일에 육아에 너무도 바쁜 세월을 보냈고.. 아이가 너무 착하고 바르게 잘 커주고 있어, 몇 년 전 너무도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사랑 앞에 흔들리고 말았다가 4개월 만에 뭔가 확실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헤어졌다. 그리고 느낌이 별로인 다가오는 사람을 뒤로 하고 다시 홀로 나 자신에 대한 성찰과 사랑에 대한 진심과 진실이 무엇인지 크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무엇이든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이제는 홀로 선다는 게 무엇인지, 어떤 사랑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사랑인지 나를 기준으로는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이번 생에 드라마처럼 영화처럼 때로는 애달프지만 달콤하고 어여쁜 아름다운 사랑을 꼭 해보리라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 드라마가 되었다.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서로의 배경을 뒤로하고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 이혼한 지 10년에 5년을 더하면 앞으로 15년 사이에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다면, 이번 생에는 그냥 혼자 편안히 잘 살다 가는 것으로 마음먹는 수밖에... 차라리 배우가 될 것 그랬다. 다양한 삶을 작품 안에서 살아볼 수 있으니..
올여름 평생에 처음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면서, 남편이자 보호자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씁쓸한 시간을 곁에 있는 다른 가족들과 회포로 잘 풀긴 했는데.. 그 어떤 공허함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뒤로 다시 몇 달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두 해 간은 나 자신을 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기간이 되고 있다는 것...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미소 지을 수 있는지, 이제야 좀 더 알 것 같아.. 하루가 좀 더 설레고 풍족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항상 그 끝은 '감사한 마음'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시간이 아닌 잠시 멈춰 나를 돌봐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