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아이와 나 04화

아이와 둘이 떠난 먼 여행

미국 여행기 1 (언젠가 계속..)

by 나도 작가

그러고 보니, 코로나 발생 직전의 여름 방학에 아이와 단 둘이 미국 뉴욕으로 여행을 갔더랬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가는 먼 곳의 여행은 처음이다 보니, 특히 둘만 떠나는 첫 여행이다 보니까 사실 반은 걱정 반은 설렘이었다. 그나마 아이가 이제 막 4학년이 되어서 엄마다운 용기가 생겼다. 혹시나 국제 미아가 되지 않기 위해서 오가는 비행기는 조금 비싸더라도 아시아나 한국형 비행기를 일부러 골라 탔다. 무엇보다 말이 잘 통할 것 같았으니까.


13시간이라는 긴 비행이 첫 긴 여행의 스타트를 알리는데 '이제부터 진짜 여행다운 여행이 시작되겠구나!' 하하면서 제주를 떠나 서울 그리고 인천 그리고 뉴욕 행... 그런데 그 여행이 현재까지의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몰랐다.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뭘~.' 하면서 사고 싶은 것도 짐이 될까 안 사고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쇼핑하고 가는 곳도 적정 선을 지키며 다녔는데... 그래서 그런가 한동안은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너무도 다행인 것은 하버드, MIT 등 세계적인 대학과 뉴스에서나 보던 워싱턴 D.C, 그리고 캐나다까지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간 김에 다녀왔다는 사실이다. 드라마 속 <도깨비> 촬영지 몇몇 곳을 방문하면서 아이는 정말 '도깨비'의 주인공을 만난 것처럼 좋아했다. 나보다 더 <도깨비> 드라마를 OST까지 꿰뚫고 보았던 아이다.


어제 저녁 늦게 '노홍철'의 여행 기사 사진을 보면서 갑자기 여행에 대한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당분가 여행 계획은 없다. 준비만 해놓고 있을 뿐이다. 어제 여행 사진이 더 마음 속에 훅 치고 올라왔던 이유가 미국을 다녀오면서 다음 여행지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정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는 핀란드를 꼭 가고 싶어 해서, 1순위 목록에 넣고 있었기 때문에, 나 역시 추위를 엄청 타는 편이라 더 나이 들기 전에 핀란드를 아이와 다녀와야지 하며 여행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아이를 위한 공간으로 집을 짓는데 돈을 썼기 때문에, 다시 몇 년은 돈을 모아 두었다가 코로나 상황이 좀 나아지면 조심히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워본다. 주거 공간보다 여행 장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젊은 날 아이와의 추억을 많이 쌓아주려고 했었는데, 전염병이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은 여행 장소 보다 주거 공간을 더 우선시하게 되어버렸다.


오늘은 아이와 함께 다녀왔던 하버드 도서관을 추억한다. 길 건너 좀 걸어 걸어 한식집에서 간만에 순두부 찌개를 먹고 하버드 길 건너 서점에서 산 책을 아이와 공원에서 살랑거리는 따뜻한 바람결에 기분 좋게 책을 읽었다. 잠깐 어디선가 총기 사건이 났다면서 사이렌이 울리고 경찰이 다녀갔지만 매우 위협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도대체 하버드 대학이 어떤 곳이길래 하버드, 하버드 하는 것일까?'가 여태 내 궁금증이었다. 그런데 첫 <하버드 대학>의 느낌은 고요하고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느낌의 분위기, 어머니의 둥지같은 포근한 느낌의 대학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그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려주었던 것일까. 혼자 되지도 않는 상상을 마음껏 해봤다. 하버드대 동상의 발을 만지기 위해 관광객 모드로 줄을 서보기도 했고 과학 대학 쪽 실내에 들어가서 전시된 최초 컴퓨터를 구경하기도 했다. 강의실 안도 슬쩍 들여다봤다. 정갈하게 꾸며진 대학 정원을 마음껏 누볐고 아이는 신이 나서 더욱 씩씩하게 걸었다. "그래, 여기가 하버드 대학이래!" 하버드의 의미는 알고 있을까 모르겠지만 커서 알게 된 다음에는 '많이 놀랄 수도 있겠다.' 싶다.


가만 생각해보니, 하버드 대학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바로 하버드대 도서관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나 역시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구름 위의 신전을 바라보듯 가방 멘 채로 그냥 막 뛰어갔다. "야호~!" 우리만 신이 나 있지, 정숙한 분위기에 너무 미안했다. '조용, 조용' 다시 차분한 모드로 '넘사벽'처럼 신기하게 말똥말똥 구경 먼저 했더랬다. 이런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는데, 사람들도 구경했다. 신기한 눈빛으로~ 돌아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다. 추억의 사진을 보고 있으니 우리 아이가 최근 몇 년 사이에도 훌쩍 커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도서관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 어제는 서점을 다녀왔고, 오늘은 근처 도서관에 다녀올 생각이다. 어제 도서관도 가긴 했는데 이런 휴대폰을 두고 온 것이 아닌가. QR 코드 인증을 할 수 없어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책을 다 읽지 못한 대출 책이 있어 반납하고 다시 그 책은 한번 더 대출하고 싶었는데 어제가 대출 마감일이라 모두 반납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올 수밖에 없었다. 요즘 날씨가 안 좋아서, 춥고 흐리고 가끔 빗방울, 게다가 미세먼지... 그래서 그런지 주말이어서 그랬는지 도서관 이용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오지 못해 어제 근처 책방을 2시간이나 걸어 다녀왔더랬다. 오늘 아침엔 나도 퇴직하면 조그만 동네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돈 벌기 위한 책방은 아니니까 그동안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었야 베풀 수 있는 동네 책방을 운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 <책방> 역시 생각만 해도 좋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간식을 나누며 따뜻하게 차도 마시며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봐야지.. 그 예술적인 집을 짓는데 이런 공간으로 의미를 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공간은 마련해 둔 곳이 있으니, 앞으로 10년간 월급을 잘 모아둬야 할 것 같다. 같은 꿈을 꾸는 누군가 언젠가 나타난다면 금상첨화! 기다리면 좋은 시기가 올 것 같다. 순조롭게! 그때까지 지금의 상황을 즐기는 것으로!


내일은 파일럿을 꿈꾸며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조카가 제주에 왔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열흘 동안 자가격리를 마치고 실제 다닐 수 있었던 기간이 길지 않아 아쉬운 날들이었는데 며칠 후딱 지나가버리고 다시 대학으로 가서 공부해야 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미국으로 가자마자 개학이라고 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용기를 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아이다. 미국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제대로운 연고도 없는 미국에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비행기를 타고 가서 학교를 다닌 놀라운 아이다. 동네 버스도 한 번 타 본 적이 없는 아이가 돌고 돌아가는 싼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자동차 운전을 하고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따고 있다(하나는 벌써 취득했다고 한다). 그 어려운 길을 혼자 오가면서 스스로 갈 길을 더 확고하게 터득하고 살 길을 헤쳐나가는 모습으로 젊은 용기를 보여준 아이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 조그만 꿈도 분명 이룰 날이 올 것이다. 오늘 아침도 꿈을 먹으며 평온하게 시작한다. 진실로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다면 사람을 변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 같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까. 그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따뜻하게 받아들이자. 무언가에 몰두하고 도전하는 열정적인 모습이 오늘따라 참으로 멋져 보이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나만의 오늘"을 시작한다. <I love my life!>



keyword
이전 03화“그래도 엄마는 나를 잘 키운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