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부터 잔소리
주택을 짓고 요즘 텃밭일을 좀 뜸하게 했더니,
잡초가 무성했다.
며칠 전부터 잡초 제거 한다면서
다른 집안일부터 하나씩 하다 보니
밭일은 가장 늦어버렸다.
혼자 하기 벅찰 것 같아,
아이에게 며칠 전부터 일찍 일어나서
일을 좀 거둬주면 엄마가 편하겠다고 했다.
어제 둘 다 일찍 잠들었어서,
오늘 일찍 눈이 뜨이길래
마침 오늘이다 싶었다..
6시 반쯤이었을까..
먼저 밭일을 하고 있으니,
아이가 마지못해 나왔다.
그래도 도와주니 얼마나 편한지
최소 30분은 절약을 하고,
땀을 뻘뻘 흘리다가 들어왔다.
새벽 5시에는 일어나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오늘 반을 했으니, 내일 반만 더 하면 마무리될 것 같다.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밭일하고 샤워하니,
난 보람이 느껴졌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도와준 밭일까지는 좋았는데,
여기저기 집안을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샤워해 놓고도 정리 않고 그대로,
먹고 난 컵 하나도 식탁 위에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하나를 줍지 않는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눈에 보일 정도로 정신없지는 않았는데..
친구 만나러 갈 때만 번지르르 일찍 일어나 챙기는 모습이
오늘따라 너무 미워서,
아침부터 정리도 좀 하라고 잔소리를 했다.
잔소리가 싫은지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닫는다.
이러다 내일 밭일은 도와주지도 않겠는데..
하지만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다.
음식 장만에 설거지에 빨래에
온갖 집정리를 혼자 다 하는데
엄마가 하는 것을 보면 딸도 옆에서 도울 줄 알았는데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르는지,
사들이기만 하고, 어지럽히기만 하고
이것저것 쌓아놓기만 하는 게
얼마 전부터 곱지 않게 느껴졌는데,
오늘 마침 발동했다.
"제발 정리 좀 하고 다녀라!"
"먹고 나면 설거지도 좀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제때 좀 하고!"
아이방 쓰레기 통에 온갖 것이 다 들어 있다.
그럼 나는 빼서 다시 분리수거를 한다.
기초생활습관이 잘 잡혀 있지가 않다.
마무리를 잘 짓지 못한다.
그러고 보니,
하나 제일 잘하는 거,
자기 침대만큼은 깔끔하게 정리해 놓는다.
책상 위도 엉망인 때가 많고..
오늘도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길래,
공부 좀 해놓지 않음
좋은 습관이 잘 갖춰지지 않음
고등학교 가서 좋은 성적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
아이 입장에서는
매일 좋은 이야기만 듣고 싶겠지만
오늘은 밭일 좀 도왔다고,
정신없이 일을 더 벌려놓는 건 아닌지
괜히 나도 화가 나서 더 싫은 소리를 했다.
나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은데..
곱게 예쁘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점점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세져서,
뭔가 일을 시키면,
"나중에 할게요."
그런데 결코 나중에 하지 않는다..
다그치면 그제야 하고
"내가 하려고 했던 거다."
이런 식이다.
과거의 나를 떠올리면,
나 역시 엄마에게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다 아빠에게 혼이 크게 나기도 했다.
그럼 무서워서 다음부터는 그냥 알아서 한다.
항상 좋은 말을 들었던 것은 아니다.
너무 잠만 잠만 자면
일어나라고 했고,
TV를 많이 보고 있으면
얼른 끄고 들어가라고 했고,
전기와 물을 아껴 쓰라고
많은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후에는 잔소리를 듣지 않았다.
그냥 내가 잔소리를 안 듣게 알아서 했다.
오늘 아이에게 잔소리를 해대면서
나쁜 엄마가 된 것 같아 속상했다.
이 세상에 과연 화 한번 내지 않고,
아이의 건강한 양육을 위해 일관성 있게
몇십 년을 이어오고 있는 부모님이 있다면,
조촐하더라도 맛난 내 마음의 밥 한 그릇을 사드리고 싶다.
평온해야 할 주말 아침 시작이 조심스러운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