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하다고 말하면 내가 행복한거지. 다른 사람 생각이 왜 중요해 !
중년기를 50~ 60대라고 정의한다면, 50대는 직장에서 마지막 정점이며 대부분 60대에 퇴직을 한다.
직장에 다니는 50대 중년은 계속 직장에 다니고 싶고, 한단계만 더 높이 승진해야는데....하며 대부분 불안한 시기를 보낸다. 직장에서 지위가 상층부에 올랐으며 어느 정도 여유도 있는데, 항상 초조하다.
60대 중년은 퇴직한 뒤에 더 불안하다. 꼭 일을 해야한다는 강박으로 대부분 일자리를 찾으려 애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도 무엇인가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매일 등산을 하거나, 한동안 골프를 치고, 퇴직한지 오래되면 경제적인 이유로 대부분 당구로 시간을 때운다.
초등학교 여자동창을 만나보면 확 다르다. 중년기에는 남녀가 똑같은 백수라도 정말 다르다. 여자 친구들은 남자처럼 일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다. 멋진 카페를 가서 즐기고, 맛집을 찾아가고, 여행을 떠나려 한다. 삶에 여유와 행복이 묻어난다.
중년기에 행복이란 무엇일까?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서구 사회에서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삶의 만족도가 U자 형태를 그린다고 한다. 젊었을 때는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원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지만, 중년기가 되면 어느 정도 경제력이 생기고 안정을 찾게 되어 만족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 조사에서 보면 한국 사회에서 삶의 만족도는 미끄럼형으로 삶의 만족도가 나이가 들수록 계속 떨어진다. 중년기가 젊은층보다 만족도가 더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노후 준비가 부족해서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대부분 분석하는데, 일리 있는 말이지만 나는 경제적인 부분보다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중년세대가 살던 청년기는 보릿고개를 벗어나서 산업화 시기로 접어드는 시기였다. 산업화 시기의 최고의 가치는 국민은 모두 열심히 일해서 국가경제가 발전하는 것이다. 1973년도 기사를 보면 1억불 수출 달성기업이 1,780 회사로 삼성전자는 1,200억불을 달성했다고 나온다. 무역의 날에 1억불 수상탑을 86개사가 받았다고 나온다.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가족을 부양하고 사회적 신분이 상승하며 사회적인 성공이 주어진다. 요즘 세대와는 정말 다르게 그 당시에는 '사회적인 성공'이' 행복의 기준'이 되었다.
그 기준으로 본다면 곧 퇴직을 해서 사회적인 지위가 없어지는 중년기가 청년기보다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이것이 서구 사회와 한국 사회의 중년기 삶의 만족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행복이란 ‘소유를 욕구로 나눈 값’이란 공식을 제시했다. 그러나 행복을 이루는데는 욕망의 충족 외에도 원활한 사회적 관계나 긍정적 인생관 등의 여러 조건들이 있다.
막역한 친구가 어느 정도 술에 취하자 뜻밖의 고백을 했다.
"퇴직을 하고나서 무료하고 답답했어. 하루는 하는 일 없이 소파에 오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어.
갑자기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더라구. 시골에서 자랐지만, 도회지로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녔지. 따지고 보면 내 능력보다 더 좋은 직장에 다녔고, 상사들의 사랑을 넘치게 받았어. 원하던 사회적인 지위는 얻지 못했지만 그래도 직장에서 보람 있는 일은 많이 했어.
열심히 산 대가로 자녀들은 잘 성장해서 다 결혼도 했고, 근검절약해서 은퇴 후에도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어. 돈이 드는 골프는 안 하지만 나름 취미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다.
내 꿈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살았고, 다시 태어나도 이렇게 열심히 살지는 못할 것 같아.
치열한 직장생활에서 고난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지.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남들에 비해 그렇게 내가 고단한 삶을 살았다고 보기도 어려워.
내 삶이 실패하지 않았을까 우울한 마음도 많았는데, 관점을 돌려서 내 삶을 내 시선으로 돌아보니 나는 성공한 삶을 산 것 같아."
내가 잘 살았나? 내 삶의 의미가 있었나? 퇴직 후에 후회가 많았는데, 친구의 말을 되새기며 나를 돌아보니 나도 그럭저럭 행복한 삶을 산 것 같았다.
우울한 마음 속에 행복감이 차분하게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