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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 중년심리 Feb 17. 2024

중년에도 인생은 '독고다이'다.

즐겁게 마음껏 살 나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곧 노년이다.

“이래라저래라 위하는 척하면서 이용하려는 잡다한 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웬만하면 아무도 믿지 말라” 

“누구에게 기대고 위안받으려 하지 말고, 그냥 ‘인생 독고다이’라고 생각하라."


”독고다이 tokkoutai, 特攻隊 : 떠돌이. 홀로 행동하는 것, 또는 혼자서 결정하고 실행하는 그러한 사람을 뜻하는 은어.

본래 야쿠자(조직폭력배)들 사이에서 혼자 다니는 싸움꾼을 지칭했었으나, 무리에 어울리지 않는 혼자 다니는 사람, 혼자만의 여행 등 주로 혼자서 활동하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수 이효리가 국민대 졸업식장에서 한 말이 한동안 언론이 회자되었다. 이효리는 소녀시대 걸그룹 리더로서, 아이돌의 상징이었는데 '독고다이로 살자'라는 말은 발랄한 젊은이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과거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인생은 독고다이다'라는 말은 이기적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 시대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사고방식을 주장하는 자신감이 부럽기도 했다.


 중년의 남성들이 술에 취하면 대부분 국가가 어떻게 발전해야 되고, 정치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좌우파로 나뉘어서 울분을 토한다. 은퇴한 친구들은 과거 근무했던 직장에 대해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현직에 있는 것처럼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글쎄 !!!!  국가의 발전은 젊은 세대가 알아서 할 것이고, 과거 직장은 후배들이 우리보다 더 잘한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국가를 걱정하고 직장을 염려하게 하는 것일까?


 중년세대를 지배해 왔던 가치관은 유교적인 사고방식이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유교적인 사고방식이 팽배했다. 충효 사상이 우리 사회의 뿌리였다. 나보다 국가가 우선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노인을 공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교적 사고방식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개인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할 때, 자신의 삶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평생 나를 지배해 왔던 충효 사상이 중년이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동안 나를 옥죄었던 가치를 기준으로 계속 사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다.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 마음대로 살아온 일이 있었나? 학창 시절에는 부모님의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했고, 결혼한 이후에는 아내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직장에서도 직장 상사의 기준에 맞추려고 항상 노력했다. 이제 중년이 되어서 직장과 가족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둘 나이가 되었는데도 젊은 시절과 마찬가지로 내 마음대로 살기는 어렵다.


 퇴직한 선배들을 보면 70세까지 중년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유지되는 것 같다. 그런데 70살이 되면 대부분 노화가 시작이 되고, 75세가 되면 노인으로 바뀐다. 지금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유지가 되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얼마 전 은퇴하고 나서 이혼 후 혼자살며 집에서 칩거하던 친구가 앞으로는 매년 6개월은 자전거로 해외여행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깜짝 놀랐다.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폐쇄적이고 은둔 생활을 하던 친구가 갑자기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친한 후배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평생을 직장에 매이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착한 후배였는데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났다. 친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며 살 날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한다. 

"그동안 너무 남만 의식하고 살았어, 이제부터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독고다이로 살꺼야."


지금의 젊음이 앞으로 평생 갈 것 같지만, 착각이다.

젊게 살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다. 선배들을 보자, 중년도 곧 노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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