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노년기에 가정의 갑이 아내임을 인정하면, 가정에 평화가 찾아온다.
(스페인, 세비아의 스페인광장)
몇몇 친구들과 여행을 가며 차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아내가 자꾸 졸혼을 하자고 해. 나는 결혼 생활에 특별한 불만은 없는데, 자꾸 졸혼을 하자니까 답답해. 아내에게 따로 집을 사줄 형편이 안된다며 졸혼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했어.”
60대 남성들에게 가끔 들을 수 있는 대화이다. 여성은 중년 이후에 아이들 때문에 이혼할 수는 없고, 대신 졸혼해서 혼자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왜 중년 여성들은 혼자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이 들어 부부가 함께 살면 의지도 될 텐데, 왜 혼자 살고 싶을까? 일단 남편하고 같은 공간에 사는 게 불편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남편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내는 남편이 퇴직 이후에 밥 세끼를 차려주어야 한다. 남편은 중년이 되면 대화가 아니라 집에서 잔소리만 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도 일방적 지시형이다. 평생 스트레스였던 시집의 문제는 지금도 똑같아서, 풀리지 않은 숙제다.
여성은 중년이 되어서도 혼자서 식사를 차려 즐길 수 있고, 그동안 알던 친구들 즉 헬스클럽과 학부모 모임과 이웃 친구가 많다. 나이 들어 성생활도 거의 안 하고, 남편한테 아쉬울 것도 없고 혼자 사는게 훨씬 편하다.
이혼하는 중년 부부들을 살펴보면 남성이 바람을 피우는 경우가 많고, 사업에 실패하거나 직장을 잃어서 경제적으로 매우 곤궁해질 때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세 번째가 대부분 성격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때 서로 예민해져서 이혼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성격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성격 차이가 이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서로 힘을 합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지만, 이혼으로 가는 것은 그전에 쌓였던 성격 차이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증폭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성격 차이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남성과 여성 모두 50년 이상 인생을 살아오면서 원 가족과 성장배경, 주변 친구와의 교류를 통해서 각자의 가치관이 형성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회 속에서는 특히 남성은 직장이 전념할 수밖에 없어서 부부간의 대화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혼 기간은 30~ 40년이 되지만 자녀 양육 문제라든지 경제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부부간의 마음 속에 있는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경우는 그렇게 흔치 않은 것 같다. 그래서 30~ 40년을 같이 살았지만, 상대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년 남성은 유교교육을 바탕으로 가정이나 직장, 군대에서 가부장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남편으로 아버지로 일방적으로 교훈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서 아내와 자녀들은 수평적으로 교류하는 관계를 원한다. 이혼의 사유가 성격의 차이도 있지만, 남성의 가부장적인 태도도 한몫하는 것 같다.
특히 남성은 중년기에 들어서면 특히 말이 많아진다. 그 이유는 밖에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특히 은퇴하고 난 뒤에는 인간관계 폭이 좁아져서 이야기할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남자들이 중년이 되면 말이 엄청 많아진다.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도 이제는 주로 남자들이 말을 많이 한다.
여성 처지에서 보면 평생을 아이들을 위해서 꼰대 남편을 참고 버티다가, 아이들이 독립하게 되면 여성들도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남편 입장은 다르다. 남성은 평생 가족을 위해서 험한 직장에서 참고 견디며 가족을 위해 헌신했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 가족으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싶은데 아내가 졸혼하자는 요구를 받으면 그동안 자기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 허탈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서로의 가치관을 인정해야 하는데, 이론은 맞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나이가 들면 경험이 많아져서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자의 다른 가치관을 인정한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다.
가사 역할 분담이 최선의 방책이다.
부부의 성 역학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남편은 젊은 시절 일에 바빠서 어쩔 수 없이 아내가 가정 일을 다 돌봐야 했다. 그런데 남성도 중년이 되면 직장의 비중이 줄어들고 특히 퇴직하고 나면 여유가 있다. 그러면 남성도 여성과 똑같이 집안 일해야 한다. 아내와 똑같이 가사 일을 분담하는 친구는 대부분 아내와 갈등이 별로 없다.
둘째는 가정에서 협의를 통해서 생활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각자 용돈, 공동 생활비, 여행계획뿐 아니라 밥, 반찬, 설거지, 청소 등을 1주일에 몇 번 누가 할 것인지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규칙을 정하면서 서로 대화도 되고, 다른 가치관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규칙이 합의가 안 될 때는 자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부부간에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은 서로 공감하는 것이다.
그런데 남성들은 공감에 대해서 배워 본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말로는 공감이 쉽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간단한 방법은 부부간 갈등이 있는 주제로 대화할 때 각자 5분씩 이야기하는 것이다. 5분씩 알람을 설정해서 5분 동안 무조건 상대방 얘기를 듣고, 또 상대도 마찬가지로 5분 동안 이야기를 하게 배려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부부간의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을 가는 것이다.
여행을 해외로 가지 말고, 국내로 승용차로 계획 없이 일주일을 여행 가는 것이다. 관광보다 여행 목적 자체가 대화라고 볼 수 있다. 첫날은 차안에서 어색해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둘째 날이 되면 어색함이 조금 풀리고, 셋째 날이 되면 아내와 소주 한잔하면서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서로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남성들이 깨달아야 할 것은 노년이 되면 아내가 갑이고, 을이 남편이 된다. 여성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어 아쉬울 것이 없다. 대부분 여성은 혼자 밥 먹고, 혼자 놀고,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생존력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남성은 배우자가 필요하다. 남성은 혼자 살기 어렵고, 혼자서는 외로워한다. 노년에 배우자와 시간을 공유하며,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이 남성의 로망이다.
중년기가 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지 말고, 아내 입장을 배려하고 아내를 공감하면서 아내 중심으로 사는 것이 노년에 행복한 삶을 사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