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젊게 사는 것이 아닌, 몸과 생각 모두 젊게 사는 것
요즘은 '저속 노화' 열풍이다. 어떻게 노화 속도를 느리게하는지가 폭풍 같은 인기를 끌고 있다. 노화를 최대한 늦추고, 막고, 버티는 것. 하지만 나는 그것과는 다른 개념을 제안한다. 바로 '젊은 노화(Young Aging)'다.
저속 노화는 노화를 적으로 보고 싸운다. 반면 젊은 노화는 나이 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그 과정에서 마음과 몸이 오히려 더 젊어지는 것을 말한다.
빠르게 늙어간 두 선배
A선배는 72세다. 작년에 만날 때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때는 그냥 귀가 잘 안 들리나 보다 싶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만났을 때는 확실히 노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얼굴에서 생기가 사라졌고, 인지 능력도 눈에 띄게 떨어져 있었다. 숫자 감각이 둔해졌고 말하는 내용에 현실성이 없었다. 내게는 큰 충격이었다.
A선배는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했고, 재직 중에도 자기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막상 퇴직하고 나니 무기력한 삶이 시작됐고, 그 공허함을 술로 채우기 시작했다. 특별하게 하는 일도 없이 집에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냈다.
B선배는 70대 중반이다. 직장에 있을 때는 항상 자신감이 넘쳤다. 그런데 얼마 전에 만났을 때 노인으로 폭삭 늙어 있었다. 직장에서 상사를 모시며 보여주던 그 총명함과 자신감은 어디로 갔는지, 초라한 노인의 모습만 남아 있었다.
B 배도 A선배와 마찬가지로 퇴직 후 특별히 하는 일이 없었다. 특별한 일이라고는 술 마시는 일뿐이었다. 직장에 있을 때도 말이 많았는데, 퇴직하고 나서는 거의 90% 이상을 혼자 이야기한다. 다른 선배가 옆에 있어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만나기 싫어졌고, 다른 직장 동료들도 B선배를 피하게 되었다. 나만 만나기 싫겠는가, 결국, 만나는 사람 없이 고립되어 무기력하게 지내다 보니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빠른 노화의 세 가지 공통점
노화가 빨리 온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이것은 단순히 나이 먹는 속도가 아니라, '젊은 노화'의 반대편에 있는 모습들이다.
첫째, 퇴직 이후 아무 하는 일 없이 무기력하게 집에서 시간을 보낸 분들이다.
일상의 목적과 정체성을 잃으면서 뇌의 전두엽 활동이 급격히 저하된다. 전두엽은 계획, 판단,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영역인데, 자극이 없으면 빠르게 퇴화한다.
여기서 핵심은 '목적의 부재'다. 젊은 노화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무언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의 것이다. 그것이 거창한 목표일 필요는 없다. 소소한 목표를 갖는 것, 취미생활을 통해 주변과 어울리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 중요한 건 '내가 이것을 위해 오늘을 산다'라는 감각이다.
둘째, 특히 술을 폭주하신 분들은 노화가 빨리 온다.
특히 퇴직 후 무기력을 술로 달래려고 폭주한 경우가 많다. 알코올은 뇌세포, 특히 해마(기억을 담당)와 전두엽을 직접 손상한다. 하루 2잔 이상의 음주가 지속하면 뇌 용적이 감소하고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또한, 알코올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뇌의 독소 제거 과정을 방해한다. 젊은 노화는 현실 도피와 반대편에 있다. 술로 하루를 지우는 대신, 그날의 작은 성취를 기억하고 싶어 하는 마음. 그것이 뇌를 젊게 유지하는 첫걸음이다.
셋째, 운동하지 않는 분들이다.
차라리 등산이라도 가면 체력이라도 유지될 텐데, 집에만 있다 보니 운동도 싫어하게 되고 근육이 급격히 빠져서 노인과 같은 몰골로 변했다. 의학적으로 근감소증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50대 이후 매년 1~2%씩 근육량이 감소하는데, 운동하지 않으면 그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진다. 젊은 노화는 움직이는 노화다. 몸이 움직여야 마음도 움직인다. 운동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아직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다.
젊은 노화는 의학적으로는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가 '연대기적 나이(Chronological Age)'보다 낮은 상태다. 최근 연구들은 생활습관, 운동, 정신 상태에 따라 생물학적 나이를 실제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이가 든다고 모든 것이 노화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떤 부분은 더 성숙해지고, 더 깊어지고, 더 풍성해진다. 하지만 나이 드신 선배를 보면서 노화는 연령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젊게 살려고 노력하는 선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젊은 노화의 심리학: 세 단계
첫 번째 단계: 현실을 인정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내게 닥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다. 노화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나 더 젊어지고, 오래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을 인정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수용이라고 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나이 들어감을 부정하면 불안과 우울함이 증가하지만, 받아들이면 심리적 안정이 찾아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정은 포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이제 늙었어"가 아니라 "나는 이제 60대야. 그래서 40대처럼 뛰어다닐 수는 없지. 하지만 40대 만의 방식으로 살 수 있어"라는 것이다. 이것이 젊은 노화의 출발점이다.
두 번째 단계: 현실에 맞게 최적화한다
현실을 인정하되, 그 수준에 맞게 활력 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선택적 최적화 보상 이론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은 80세가 넘어서도 연주를 계속했다. 그는 레퍼토리를 줄이고(선택), 더 많이 연습하고(최적화), 빠른 곡 전에 천천히 연주해 대비를 강조하는(보상) 방식으로 나이의 한계를 극복했다. 이것이 바로 젊은 노화다. 나이를 부정하지 않고, 나이를 전략으로 삼은 것이다.
세 번째 단계: 마음을 5년 젊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노화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노화를 인정하되, 조심히 받아들이면서 마음은 내 나이보다 5년 정도 더 젊게 사는 것이다.
이를 '주관적 연령(Subjective Age)'이라고 하는데, 실제 나이보다 자신을 젊게 느끼는 사람이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젊음을 추구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 적절한 수준, 즉 5~10년 정도 젊게 느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면 마음도 젊어지고 활력이 생긴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 남들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은 내가 삶의 활력이 있고, 내가 남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