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자존감이 행복을 만든다

중년은 다시 나(자존감)를 세우는 시간이다

by 심상 중년심리

심리학자 디너(Diener)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느끼는 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돈도, 건강도, 사회적 지위도 아닌 자존감이었다. 중년에 직장을 잃고 체력이 떨어져도, 자존감이 살아 있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반대로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어도 자존감이 낮으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중년의 행복은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서 결정된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 몸이 약했다. 체육 시간이면 체력이 달려 운동장 벤치에 앉아 뛰노는 아이들을 부럽게 바라보았다. 몸이 약하다 보니 건강한 친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소외되었고, 스스로도 한없이 위축되어 있었다. 그 시절 내 자존감은 바닥이었다.

변화는 고등학교 때 찾아왔다. 고1 겨울방학 동안 혼자 (수학Ⅱ의 정석)을 독학으로 마스터했다. 고2가 되자(교과서 수학Ⅱ)는 거짓말처럼 쉬웠다. 친구들이 수학 문제를 들고 나를 찾아올 때마다 자신감이 쑥쑥 올라갔다. 그것이 내 자존감 회복의 시작이었다.


중년기 자존감은 어떨까?

마음은 몸과 연결되어 있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함께 무너진다. 중년이 되면 체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한때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젊을 때는 자산을 쌓고 자리를 얻는 방향으로 살아가지만, 중년은 반대다. 일을 잃고, 역할을 잃고, 때로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흔들린다.

그 흔들림이 깊어지면 우울이 찾아온다. 중년 이후 우울증이 많아지는 것은 그래서다. 그러나 같은 중년을 살면서도 어떤 사람은 여전히 활기차고 행복하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나는 그 답이 자존감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존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대상관계 심리학은 그 뿌리가 아주 어린 시절, 부모—특히 어머니—와의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충분히 사랑받으며 자란 아이는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감각을 품고 자란다. 반면 그 사랑이 부족했던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내면 어딘가가 늘 허전하다. 그 결핍이 평생 채워지지 않는 내담자도 흔하다.


다행인 것은, 자존감은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 역시 벤치에 앉아 있던 소년에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나누고 싶다.

첫째, 체력을 되찾아라.

몸이 살아야 마음도 산다. 중년 이후 체력 저하는 단순히 피로의 문제가 아니다. 몸이 무기력해지면 '나는 할 수 있다'라는 감각도 함께 사라진다. 꾸준히 운동하고 몸을 돌보는 것, 그것이 자존감 회복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다. 박사학위 논문을 쓸 인터뷰했던 내담자는 헬스를 꾸준히 했더니 자신감과 활력이 생겼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 그 말의 뜻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둘째, 외모를 가꾸어라.

젊음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중년의 아름다움은 가꾸는 데서 나온다. 단정한 옷차림, 깔끔한 헤어스타일 하나가 타인의 시선을 바꾸고, 무엇보다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을 바꾼다. 비싼 옷이 아니어도 좋다. 나에게 맞는 옷을 신경 써서 고를 때, 그 행위 자체가 이미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선언이 된다.


셋째, 자신만의 일을 가져라.

돈이 되는 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취미든, 봉사든, 배움이든—무언가에 몰입하고 '내가 이것만큼은 잘한다'라는 감각을 느낄 때 자존감은 살아난다. 한 친구가 술자리에서 당구 점수 200인데 체계적으로 공부해서 배운 당구 실력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남들 눈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당당함이 부러웠다. 자기가 잘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건강한 자존감의 얼굴이다.


넷째, 작은 성취를 쌓아가라.

행복은 거창한 성공에서 오지 않는다. 일상 속 작은 성취들이 모여 행복이 된다. 함께 사진을 공부하는 학우가 후지 국제 사진제 쇼트리스트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올렸다. 최종 수상은 아니었지만, 그의 글에는 진짜 기쁨이 있었다. 동료들도 진심으로 축하했다. 작은 성취는 자존감의 씨앗이다. 그 씨앗들이 쌓이면 언젠가 더 큰 열매가 맺힌다.


중년기는 상실의 시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새롭게 단단해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체력을 되찾고, 외모를 가꾸고, 자신만의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일상의 작은 성취를 기뻐할 줄 안다면—그 사람의 중년은 결코 쇠락이 아니라 성숙이 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나이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자존감은, 오늘부터 하나씩 쌓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