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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 중년심리 Nov 07. 2023

중년기 위기, 인생 중반에 길을 잃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하다.


 40대에서 50대로 넘어 가는 시기에 갑자기 모든 일에 흥미를 잃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왔던 직장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을 잃은 것 같았다. 이때 나타난 육체적 특징은 성욕이 확 떨어진 것이다. 성욕에 대한 이야기는 조심스러워서 산부인과 의사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친구도 얼마 전에 성욕이 떨어진 경험을 이야기했다. 

 “성욕은 인간이 갖는 커다란 카타르시스 중에 하나야. 그래서 성욕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 외에 나머지 삶에 대해 모두 흥미를 잃는 것과 같아.” 그때 친구는 페이닥터에게 부탁해서 한 달간 일을 멈추고 아내와 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여행을 하고 휴식을 취하니까 다시 삶에 대한 의욕이 살아나면서 성욕도 살아났다고 한다.


 과장시절 직장 상사도 중년기을 혹독하게 보낸 것 같다. 직장 상사는 갑자기 일에 흥미를 잃고 정서적으로 방황하기 시작했다. 결재가 미루어지고 자리를 많이 비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상사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감추기 위해 무조건 회사 밖으로 나갔던 것 같다. 그 상사는 그때 즈음 고객의 돈을 횡령해서 구속되었고 삶에 큰 위기를 겪었다. 지금은 시장에서 좌판을 하며 겨우 생활고를 해결하고 있다.  


 중년기에 길을 잃기 쉽다.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리고 방황을 하기 쉽다. 심한 우울을 겪기도 하고, 공허한 마음에 술을 폭음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외도를 하거나 도박이나 경마에 빠져 큰 위기를 겪기도 한다.


 정서적으로 혼란을 겪는 것도 힘들지만, 그동안 추구해 왔던 가치와 목표가 흔들리는 것이 나를 더 혼란스럽게 했다. 갑자기 직장생활에서 승진과 목표가 무의미 졌다. 인생 중반에 길을 잃은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혼란스러웠다. 길에서 벗어나 벌판 위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는 것 같았다.

 

 중년기 위기는 사춘기 위기와 같이 정상적인 인간 발달과정이지만, 직장에서 중견사원으로 한창 일할 나이에 방황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에 처한다. 사춘기 때는 정서적으로 큰 혼란을 겪지만 내가 가족 부양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중년기에는 경제적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이 방황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가 된다.


  중년기 위기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학자는 자크(Jacques)다. 그는 저명한 예술가 310명을 대상으로 작품을 분석하면서 중년기에 예술가의 작품 속에서 극적인 변화가 있음을 발견하였고, 그 원인은 유한한 인생에 대한 중년기 위기감이라고 보았다.

 또한 레빈슨(Levinson)도 중년기는 중년기 위기에서 시작된다고 하면서 50대에 겪게 되는 정상적인 발달과정이며, 보다 나은 적응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생각하였다.

 분석심리학자 융은 사람들은 인생의 전반부에 외적 세계에 관심을 갖다가 인생의 후반부 이후에는 내적 세계로 관심을 돌리는데, 이 전환기에 위기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중년기 남성의 80%가 삶에 대한 의문과 삶에 대한 재평가 과정을 경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적인 성찰보다 갈등과 혼란, 절망, 방황 등의 정서적 갈등을 경험한다고 한다. 


 특히 중년기 위기를 겪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졌던 인생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좌절하기도 하며, 성공한 동료를 보며 모멸감을 느끼고,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분출하며, 성욕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반면에 스트레스를 성욕으로 풀면서 외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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