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에야 쿠킹클래스에서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재료
연말 연초가 되면 이곳은 시내 어딜 가나 차가 많이 막힌다.
다들 선물을 준비하느라 시내로 나오나 보다. 집집마다 반짝이는 전등과 빨간 꽃들을 테라스에 꾸며놓고
아무도 봐주지 않지만 집 앞 현관문과 계단들에도 불을 밝혀둔다. 참 낭만이 있는 것 같다가도 쓸데없는 일 같다가도..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뒤질까 하나둘 장식을 꺼내 현관문을 장식하며 이번 크리스마스를 준비했더랬다.
미국 친구가 집으로 초대해서 파티를 하는 대신 친한 가족들끼리 쿠킹클래스를 해보자며 초대를 해왔다.
스페인에 산지 4년이 넘었지만 빠에야 쿠킹 클래스를 가본 적이 없으니 이참에 배우면 좋겠다 싶어 주선하게 되었단다.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쿠킹 클래스에 도착했더니 이미 모든 준비가 다 되어있었다.
2인 1조로 짝을 지어 모두 다른 종류의 빠에야를 만들 예정이었다.
채소 빠에야, 해물 빠에야, 치킨 빠에야, 대파 빠에야, 오징어 먹물 빠에야 등 각 팀의 빠에야로 마지막에 테이스팅을 해서 승리하는 팀에게 상을 주는 일종의 경쟁 쿠킹 클래스였다.
자 시작해볼까?
빠에야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통마늘을 넣어 오일에 향을 내준다.
향을 낸 마늘을 다져 잘 볶아주고 통새우를 넣어 기름에 새우 향을 입힌다. 오징어도 볶아 잠시 꺼내어둔다.
같은 팬에 양파, 붉은 피망을 다져 충분히 볶아준다.
볶은 재료에 샤프란을 넣어 향이 잘 베이게 볶아준 후 생쌀을 집어넣는다.(스페인에선 쌀을 씻지 않는다. 처음엔 엄청난 충격이었다. 우리는 여러 번 깨끗이 씻어 사용하는데, 이들은 더럽지 않다고 괜찮단다^^)
필요하면 올리브 오일을 더 두르고 충분히 볶아준 후 육수를 넣어준다.
가끔 저어가며 쌀이 설익을 때까지 그대로 둔다.
육수가 자가 해지면 팬을 오븐에 넣어 물기를 날리고 표면에 색을 입힌다.
요리 중간중간 요리사는 농담도 섞어가며 우리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을 했다.
쌀을 넣어야 하는 순서 바로 전, 그가 다시 우리에게 질문을 했다.
한국 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답을 맞혀야 한다는 강박에 요리 순서를 기억하며 '아하! 쌀이 가장 중요한 거구나' 싶었다. 사실 빠에야는 일반 쌀을 사용하지 않고 빠에야용 쌀이 따로 있기에 생각해 낸 터였다.
"라이스!" 그가 웃는다. 옆에서는 다들 "샤프란", "올리브 오일", "육수" 저마다 답을 뱉어내고 있었다. 그러다 한 명이 벽에 걸린 액자를 보며 "러브"를 외쳤다. "브라보"를 외친 요리사를 보고 우리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답이 뭐가 중요하겠어. 우리가 이렇게 모여 있고 사랑을 담아 요리를 하는데...."
가끔 이들의 생각과 생활 방식이 나는 참 좋다.
웃음기 없이 순서대로 한 단계 그다음 단계 따라 하기에 급급한 요리 클래스가 아닌 함께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우리와는 다른 느슨함 이라고나 할까? 어쩐지 화이트 와인이며 레드와인을 계속 리필해주며 흥을 불어넣더라니..
즐거운 요리 시간이 끝나고 각자 만든 빠에야를 테이블에 올려 시식 및 평가 시간이 주어졌다. 맛있게 만든 팀에게는 상이 있다고 하여 다들 자기 팀의 빠에야가 맛나다며 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디저트를 먹으며 시상식을 하려는 순간, 나는 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뭔가를 하면 제대로 하고 보상을 받으려는 이 경쟁심리... 시험에 익숙한 내 모습!
클래스의 주최자 부부를 호명하며 너희가 1등이 아니어 미안하다고 했다.
'오케이, 한 팀 탈락!' 또 다른 팀을 부르며 너희는 사랑을 조금 넣은 것 같아 탈락이라 했다.
'오케이, 한 팀 더 탈락!' 조금씩 욕심을 내던 그때, 다섯 명의 아이들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애들한테 공개 탈락은 쫌 심한 거 아냐?' 생각을 할 때 "너희가 오늘의 베스트 셰프였어" 라며 각자의 이름을 새긴 상장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 뭐가 중요한 건데....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랑'이 가장 중요한 재료임을 알게 되고 아이들에게 뿌듯함까지 줄 수 있는 이런 삶의 교육이 담긴 클래스라니!
이런 곳을 몇 달 후에 떠난다니 아무래도 나...... 좀 슬퍼질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