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유용한 식물 상식 (1)
사람도 식물병에 걸릴 수 있을까?
사람은 식물병에 전염되지 않는다.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기주특이성(host specificity)이 있어 특정 생물에게만 감염시킨다. 식물 병원체는 사람에게 기주특이성이 없기 때문에 전염시킬 수 없다. 그러나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는 질병이 교차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인수공통감염병이라 한다. 사람도 동물이기 때문에 기주특이성이 겹쳐 동물 병원체에 감염될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으로는 광우병으로 알려져 양과 소에서 유래하는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원숭에서 유래하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사향고양이에서 유래하는(SARS), 낙타에서 유래하는 메르스(MERS), 박쥐에서 유래하는 코로나(Coronavirus) 등이 있다. 예를 들면, 식물의 병을 일으키는 모자이크 바이러스는 동물에 병을 일으키지 않으며, 동물의 바이러스도 식물에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병원체는 기주특이성을 가지고 있어 식물병원체는 동물이나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고, 동물병원체는 식물에 전염되지 않는다.
식물병원체는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지만 다른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곰팡이가 핀 작물들을 섭취할 경우, 곰팡이 독소와 곰팡이 자체로 인해 몸에 탈이 날 수 있다. 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장내벽에 미세 구멍이 뚫린 '장누수증후군' 증상을 보인다. 장누수증후군이 있는 사람이 곰팡이가 있는 음식물을 섭취할 경우 곰팡이 독소가 장내벽을 통과하여 몸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몸속에 곰팡이 독소가 들어오는 경우, 구토와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장내벽의 구멍이 더 커질 수 있다. 곰팡이균은 장 내의 유익한 균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에 장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곰팡이가 생긴 작물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예로 보리와 밀과 같은 맥류에 생기는 붉은곰팡이병은 국내에서 재배되는 보리와 밀에서 주로 발생하여 피해를 주는 주요한 병해 중 하나이다. 병 증상은 주로 이삭에서 나타나며, 병든 이삭은 처음에는 연갈색으로 변하고 점차 마름증상이 나타나면서 나중에는 낟알에 분홍색의 포자 덩어리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심하면 이삭이 여물지 못하여 쭉정이가 되기도 한다. 붉은곰팡이병 병원균은 곰팡이 독소인 데옥시니발레놀, 니발레놀, 제랄레논을 분비하여 알곡을 오염시킨다. 심하게 오염된 알곡을 식용으로 사용할 경우 사람이나 가축에게 복통, 소화기 부종, 번식장애 등 급성이나 만성 중독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작물에 일부분만 곰팡이가 핀 경우 섭취해도 괜찮을까?
일반적으로 그 곰팡이 포자가 적은 경우 제거하여 먹으면 된다. 하지만 모든 작물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검은곰팡이가 생긴 고구마는 먹으면 안 된다. 표면에 검은색의 반점이 생긴 검은무늬병(흑반병)에 걸린 고구마는 곰팡이 독소인 '아포메아마론'으로 인해 섭취 시 식욕 부진, 호흡 곤란,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해당 부위를 잘라내어도 내부에 독소가 이미 퍼진 상태이기 때문에 먹으면 안 된다. 감염 부위가 아닌 깨끗한 부위에서도 독소로 인해 쓴맛이 날 수 있다. 고구마에 검은무늬병(흑반병)이 생긴 경우 먹지 않고 폐기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마늘에 푸른 곰팡이가 생긴 경우에도 섭취하지 않고 폐기한다.
식물병원체로 발생하는 질환은 식물에 핀 곰팡이(진균)의 독소로 인해 발생한다. 곰팡이 독소는 열에 안정하여 화학적·물리적으로 제거하기가 매우 어렵다. 곰팡이가 생긴 채소나 과일은 대도록이면 페기 처리하는 것이 좋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로 온도와 습도가 높아져 곰팡이병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들의 곰팡이 독소 오염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 문헌
- 농촌진흥청 농사로 '고구마 흑반병'
- 농촌진흥청 농사로 '보리, 밀 붉은곰팡이병'
- [에피데믹과 팬데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