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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움 Aug 24. 2022

식태기에서 벗어나는 방법

가드닝을 오래 지속하기 위한 마음가짐

 처음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지금까지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식물에 대한 애정의 정도가 일관되게 유지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른 취미와 마찬가지로 가드닝에서도 권태기가 있는데 이를 '식태기'라고 부르는데 나도 식물을 키우면서 여러 번의 식태기를 거쳐왔다. 식태기란, '식물'과 사랑이 식는 기간인 '권태기'의 합성어이다. 식태기는 식물에서 더 이상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없거나, 병충해로 인한 스트레스, 감당할 수 없는 식물의 양 등의 이유로 발생한다. 지금까지 식물을 키워오면서 겪었던 식태기의 유형과 각 해결방안은 다음과 같다.


(1) 처음 키운 식물이 생각과 달리 잘 자라지 않았을 때 오는 식태기

 처음 식물을 들였을 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보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그러나 처음 키운 식물은 생각보다 잘 자라지 않고 기대와 달리 병들고 죽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도전하면 되지만 죽은 식물에 대한 미안함과 실패감으로 속상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의 식물이 죽고 나면 한동안은 식물을 쳐다보기도 싫어졌었다. 잘 키우고 싶은 나의 열정과는 다른 결과로 인해 가드닝에 번아웃이 온 것이다. 이럴 때는 잠시 식물에 대한 과한 관심은 내려놓고 다른 곳으로 주의를 환기를 시킬 필요가 있다. 다른 곳에 관심을 두고 마음을 가라앉히다 보면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다시 식물을 찾게 된다. 


(2) 기존 식물에게 즐거움을 얻을 수 없을 때 오는 식태기

 어느 정도 식물을 키우기다 보면 자신감이 생겨 새로운 식물에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세상에는 이쁘고 재미있는 식물들이 얼마나 많은지 마음에 드는 식물은 꼭 직접 키워보고 싶어 진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버튼 하나면 개성 있고 이쁜 식물을 구입할 수 있어 언제든지 원하는 식물을 들일 수 있다. 처음 구입한 식물이 처음에는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다. 이렇게 마음에 들었던 식물이 어느 순간 애정이 식으며 권태감이 올 수 있다. 기존 식물에 대한 권태감을 잊기 위해 새로운 식물을 들여 또 다른 즐거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 이미 집에 식물과 화분이 많은데 단지 즐거움을 위해 계속 들이다 보면 기존 식물에 대한 권태감에 더불어 감당할 수 없는 식물 수로 부담감까지 얻게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새로운 식물을 들이기보다는 기존에 키우던 식물의 화분을 바꿔 분위기를 바꾸거나 가지치기와 분갈이를 하며 그 식물에게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3) 감당할 수 없는 식물 수로 발생하는 식태기

 식물은 동물과 같이 살아있는 생물임과 동시에 성장의 끝이 동물이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다. 식물은 *전체형성능을 이용하여 무한 번식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즉, 식물의 잎과 줄기를 활용한 삽목(꺽꽂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우리가 식물을 늘리고 싶다면 언제든지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물 키우기의 묘미 중에 하나인 번식은 종자나 삽목을 이용한다. 처음 번식은 쉽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일은 없으나 반복 연습으로 기술이 생기면 개체수의 대량 증식이 가능하다. 발아한 싹이나 삽목이 이제 막 된 개체는 초기에는 생장이 느리나 뒤로 갈수록 성장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진다. 번식으로 늘어난 식물이나 구입한 식물 화분의 수가 늘어날 경우 마음이 혼잡해진다. 집에 계속 자라나는 식물이 해를 가리고, 더 이상 둘 공간은 없고, 물 주기는 힘들고, 병충해는 늘어나면서 이때부터는 식물이 나의 취미가 아니라 짐덩이로 느껴지게 된다. 이럴 때는 삽목과 같은 번식은 멈추고, 식물의 과감한 가지치기를 하여 화분을 정리하고, 이미 많은 식물이나 더 이상 관심이 없는 식물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눔 하거나 판매하는 것이 좋다. 병충해가 생긴 식물은 증상과 정도에 따라 폐기 처분하여 주변에 있는 식물에 감염이 되지 않도록 한다. 공간과 마음을 비워내어야만 비로소 소중한 것이 눈에 보인다. 


 식물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사랑이 아닌 과한 욕망으로 본인을 소모시키기도 한다. 식물을 키움으로써 얻을 수 있는 행복을 고스란히 느끼기 위해서는 과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과한 애정과 욕심을 버리고 반려식물을 맞이한다면 즐거운 가드닝을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형성능 

단세포 혹은 식물 조직 일부분으로부터 완전한 식물체를 재생하는 능력. 모든 세포는 전형성능을 지니고 있지만 세포의 분화 정도, 세포의 채취 부위, 배지의 조성, 배양 환경 등에 따라 표현되는 데는 차이가 있음. 

(농업용어사전 : 농촌진흥청)


* 식태기 

: 식물에 대한 권태감을 흔히들 '식물'과 '권태기'를 합쳐 '식태기라고 부른다. 식태기는 기존의 식물에서 더이상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없거나, 병충해로 인한 스트레스, 감당할 수 없는 식물의 양 등의 이류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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