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안 늙을게
잠자리 독서 후 둘째 아이의 등을 살살 긁어준다.
아이는 ‘오늘은 스물일곱 번을 긁어 달라’고 했다. 수는 아주 천천히 세어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하아나아아아, 두우우우울, 세에에에엣…
열을 세기도 전에 아이가 돌아 누우며 내 목을 끌어안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늙으면 안 돼. 엄마도 할머니 될 거야? “
큰아이도 여섯 살이던 해에 그런 걱정을 했다.
여섯 살은, 그런 걱정을 처음으로 품는 나이일까.
“엄마, 엄마도 죽어? 죽지 마 엄마.”
아이는 몇 날 며칠을 울었다.
죽음이 무엇인지, 죽음 뒤에 오는 이별이 어떤 것인지도 모를 여섯 살.
첫째 아이가 그런 걱정을 했을 때, 엄마는 절대 죽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덟 살에 엄마를 잃은 내가 그 뻔한 거짓말을 아이에게 할 수는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며칠 만에 아이에게 드디어 답을 해주었다.
“엄마도 언젠가는 하늘나라에 간단다. 그건 누구나 그런 거야.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그건 아주아주 나중의 일이야.
네가 다 자라서 멋진 사람이 되고 난 후에 말이야.”
아이는 지금은 아니란 말에 조금은 안심하는 듯했지만,
엄마도 언젠가는 하늘나라에 간다는 말에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그냥, 엄마는 절대 죽지 않는 불사신이라고 했어야 했나 후회가 되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엄마를 잃고 황량한 광야에 홀로 서 있었던 어린 내가 생각났다.
아이가 진실 속에서 삶을 대면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그것을 배우기에 여섯 살은 너무 어린 나이었나 보다.
진실과 안심 사이, 그 적당한 거리를 찾는 일은 여전히 서툴기만 하다.
둘째 아이의 질문은 고맙게도 돌아갈 수 있는 답을 줄 수 있는 것이었다.
아이의 질문은 나이 들어가는 것, 엄마가 할머니가 되는 것이었으니까.
아이를 꼭 안고 말해주었다.
“엄마는 재이 다 클 때까지 절대로 안 늙어. 절대로 할머니 안될 거야.”
아이가 안심했다.
“엄마, 정말이야? 정말이지?”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이는 들어갈지언정, 아이의 눈에 엄마의 나이 듦을 보이지 말자고 말이다.
거짓을 말하지 않는 것이 나의 육아 철칙이니,
내 말에 책임을 지기로 한다.
둘째 아이가 스무 살이 되기까지 14년.
나는 벌써 마흔넷이지만,
딸 덕분에 노화에 저항할 명분이 생겼다.
첫 번째 삭제할 대사를 떠올려 본다.
"아이고, 허리야."
만족스러운 대답에 아이가 내 감은 눈위로 앵두 같은 입술을 가져다 대고 ‘쪽’ 하고 소리를 낸다.
마치 약속 도장처럼.
"엄마, 사랑해. " 말하며 품에 파고드는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아..
어떡하지.
아이가 약속 도장을 찍어 준 그 눈에 가장 먼저 노화가 와버렸는데…
노안용 안경을 따로 하는 게 좋겠다는 안경집 사장님의 조언은 잠시 넣어두기로 했다.
애달픈 여섯 살.
너를 위해 엄마는 노화를 거부한다.
노안아, 가라!
아직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