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감정을 인정하고 이겨내는 것에 대하여
작년에 크나큰 일들이 일어났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부당해고, 아이의 출산, 집 문제, 이사 문제, 차 문제 등이 모두 같은 기간, 그리고 강한 강도로 저에게 들이 닥쳤습니다. 제 예전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때의 충격으로 정신과를 다니며 약을 먹게 되었습니다.
여러 일들이 정리가 되고나서, 이제는 평온한 삶이 시작된지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해결되지 않은게 있습니다. 바로 그 때 얻은 정신적 불안 증세 입니다.
사무실에서, 지하철에서, 그리고 집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 갑작스럽게 가슴이 빨리 뛰고 숨이 잘 안 쉬어 집니다. 가끔 저에게 되묻습니다.
"이제 행복한 시간이 왔는데, 왜 불안해 하니?"
이 질문을 저 자신에게 하다보면, '그래,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데! 왜 불안해한거지?'란 생각이 들며 잠시나마 불안 증세가 잦아듭니다.
누가 봐도 평온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왜 이렇게 불안함을 느끼고 있을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봤습니다. 이 불안의 원인이 미래에 대한 걱정일까,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족일까, 반복되는 일상 에서의 무료함일까, 고민 해본 결과 답이 나왔습니다.
이는 마음의 병이 아닙니다. 신체의 병입니다.
작은 웅덩이에 큰 돌 하나를 던져봅니다. 웅덩이에 빠진 돌 주변은 물이 튀기고 소리도 크게 납니다. 그리고 그 주위로는 충격으로 인한 파동이 퍼져갑니다. 이 파동이 잦아 들어 원래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될 때까지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금 파동을 느끼는 중 입니다. 돌은 한참 전에 제 마음 속에 떨어졌지만, 아직 그 파동이, 그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가끔 체력적으로 지치거나, 약간의 걱정이 생기면 그 잔잔한 파동이 더 강하게 느껴지고, 그 파동이 예전에 그 큰 돌이 떨어져 난리가 났던 제 마음의 고통을 상기 시킵니다.
이제는 이 파동을 억지로 멈추기 위해 악을 쓰진 않으려 합니다. 이 파동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정 힘이 들 때엔 전문의의 도움을 받으려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 고통의 시기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 입니다. 주변에 말하지 못 하는 제 마음 속 깊은 곳 아픈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도화지를 얻은 기분이라 할까요.
앞으로는 마음과 관련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어떤 종류의 글을 쓸지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가슴이 답답할 때 생각나는 감정들을 풀어낼 수 있는 글이라면 뭐든 써보려 합니다. 전에 적었던 감정의 글들이 책 한 권이 된 것처럼, 하루 하루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브런치를 사용하려 합니다.
연휴 마지막 날 입니다. 금일 마무리 잘 하시고, 모두 마음과 몸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