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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치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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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총 May 01. 2023

행복을 느끼는 방법

행복의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저희 가족이 잠시 남의 집에서 셋방살이를 하던 때 였습니다. 


셋방은 약 10평 남짓한 크기였지만, 그 공간에 부모님 방, 저와 누나가 자는 작은 방, 그리고 두 방을 연결하는 시멘트로 된 부엌 겸 씻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당시 7살이던 제가 그 셋방에서 보낸 약 일년의 시간 중, 지금도 또렷히 기억나는 몇 장면들이 있습니다.


연탄불로 데운 물을 호스를 사용해 대야에 한꺼번에 받아 온 가족이 나눠 쓰던 일, 

세수가 서투른 저의 얼굴을 씻겨주던 어머니, 

10인치 남짓되는 브라운관 티비를 가족이 함께 보며 웃던 장면,

집 밖에 있는 화장실을 밤에 갈 때, 누나와 제가 무서울까 화장실 문 앞까지 함께 가주신 부모님, 

어린이 날 받고 싶은 선물을 부모님 앞에서서 발표하듯 말할 때, 갖고 싶던 장난감 대신 필통을 말했던 일, 

선 잠이 든 누나와 제 머리 한켠에 선물을 넣은 양말을 조용히 두고 가신 부모님, 

집 앞에 거칠게 발라진 시멘트에 얼굴을 다 긁혀 어머니가 속상해하며 연고를 발라주던 장면,

가족의 첫 자동차가 생긴 날, 누나와 어머니 손을 잡고 언덕을 올라 첫 차를 몰고 온 아버지를 마중나간 일,

부모님께 칭찬을 받고 싶어 저녁에 세수, 양치를 스스로 하고 부모님께 "안녕히 주무세요."라 말하고 뿌듯해 하며 잠자리에 눕던 나,

몸에 수두가 나서 제 배를 문질러 주시던 어머니의 얼굴,

동네 문구점 할머니에게 "칸쵸"를 달라 했는데, 잘못 듣고 "딱총"을 주신걸 말 못하고 사온 일 등,

(이 때의 일로 제 머릿 속에 딱총이라는 단어가 각인되어 지금의 제 작가명이 된거 같습니다.) 


제 머릿 속에 영상으로 남아있는 그 시절의 소중한 기억들이 있습니다. 


그 후 초등학교를 들어가고, 침대가 있는 집을 처음 가보고, 엘리베이터라는 타보고, 만화책과 비디오를 빌려 보고, 롤러스케이트 장을 가고,축구를 처음 해보고, PC방을 가보고, 발표를 해보고, 일기를 쓰고, 시험을 보고, 하루하루가 새로움의 연속이었고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린 제가 나이가 들며 느낀 건, 처음 겪는 것들 중 새로움과 함께 즐거움을 주는 일들도 있고, 즐거움과 부담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인생의 과제들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노래방을 가본 건,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설레고 긴장되면서도 즐거웠지만, 처음 교실 칠판 앞에 서서 회의를 진행하고 발표를 하는건, 설레기 보단 떨리고 걱정되고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이 두 예시는 행하는 목적과 동기가 다른 듯 하지만, 나의 의지로 행하든, 내가 속한 사회에서 의무로 해야하든, 지나고 보면 모두 제 현재의 인생을 채워주고 풍부하게 해주는 좋은 자양분입니다.


그리고 이 경험의 자양분들은 새로움이라는 공통된 분모로 저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어릴 적 셋방살이도 새로움이라는 부분에서 많은 추억들을 제 머리에 깊게 각인시킨 것 같습니다. 


주변 지인 중, 소위 '가만히 있지 못 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집에서 쉬지 못하고 자꾸 무언가를 하는 사람,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현재의 나를 쉬지 못하게 괴롭히는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예전의 저였습니다.


삶은 항상 새로운 것을 경험해야 의미가 있고, 내 삶이 행복해진다고 생각하며 산 기간이 꽤 오래되었습니다. 이 가치관으로 살았기에 삶 속에서 도전도 많이 했고, 여러 분야에서 약간씩의 지식과 경험을 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무언가를 계속 해야한다는 강박적인 태도로 쌓아온 루틴들이, 결국엔 도가 지나쳐 제 삶을 잠식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늘려가던 취미들이 어느 하나도 마무리됨 없이, 그리고 성과도 없이 저의 체력만을 갉아먹게 되었고, 결국엔 체력만 지치고 어느 하나 제대로 한게 없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무턱대고 새로움을 쫒던 저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노래방을 가는게 즐거웠던 아이는, 후엔 노래방에서 노래를 잘 불러야 만족이 되고, 발표하는 자체가 도전이었던 아이는, 발표의 질과 청중의 반응이 좋아야 만족이 되게 바뀌었습니다. 


저의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행복이라는 그릇에 새로움만을 담으려 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행복의 그릇을 채우기가 버거웠던 겁니다."


이를 깨닫고는, 행복이라는 그릇에 새로움 뿐만 아니라, 현재의 감사함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건강한 신체, 잠 잘자기, 와이프와의 담소, 따스한 날씨, 아침에 마시는 물 한잔 등, 현재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 하나하나가 그냥 얻게된 것이 아님을, 하루하루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음을 감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차점차 새로움 보단, 현재의 감사함이 행복의 그릇을 더 많이 채우게 되었고, 무사안녕한 하루 하루를 감사하다보니, 미래에 대한 걱정과 조급함이 줄어들고 마음에 여유로움이 생겼습니다.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살던 제가, 드디어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살게된 것입니다. 


새롭게 추진하던 일들을 멈추고 안한다고 해서, 현재의 제 삶이 안 좋아지거나 하는 일은 예상과 달리 없었습니다. 오히려 유머가 늘었고, 마음의 여유가 늘어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자신감이 생기고, 가정생활도 더욱 행복하고 즐거워졌습니다. 그 전의 제가 몸은 현재에 있지만, 머리는 과거와 미래를 오갔다는 걸 지금에 와서야 느끼고 있습니다.


새로움을 쫒는 삶이 잘못되었다 생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새로움을 쫒는 삶에서 행복감보단 불안함과 조급함이 더욱 느껴지는 시기를 겪고 계시다면, 현재의 감사함을 행복의 그릇에 더 많이 채워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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