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주량을 다 보여줄 필요가 없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여주인공이 술이 취해서, 짝남에게 고백을 하거나 회사 상사에게 욕을 하거나
주사를 부리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 주사의 결과는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남고 짝남과 연결이 된다거나 회사 상사와 더 결속을 다지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만취가 즐거운 해프닝을 남기고, 오히려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더 잘 풀리게 만들어 주는 윤활유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나는 이런 장면들에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거 같다. 왠지 나도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주사가 즐거운 해프닝을 남기고 복잡한 업무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마음에 저장해 두었다.
회사에서 점점 힘든 업무를 맡고, 누구도 맡으라고 한 적 없는 커다란 책임감을 어깨에 둘러매고는
주변 사람들이랑 술자리를 만들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당연히, 처음 술자리부터 취했던 것은 아니다.
즐겁게, 즐겁게 한두 잔 하다 보니
1차
2차
3차
마치 전쟁터 속에서 살아남은 전우처럼
하루를 살아낸 것을 기뻐하고 즐겼다.
그리고 술이 취해서 하는 말속에서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용기 내서 할 수 있었다
평소에 못했던 서운했던 말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던 고마웠던 말
다... 술에 빌려 할 수 있었고, 술에 취해서 실수해도 나와 같이 술자리를 하는 사람들은 나를 이해해 주고
귀여워해 줄 줄 알았다.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점점,,, 잦은 술자리와 나의 만취는
하지 말아야 할 말 들,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들
남의 험담, 은근슬쩍 나의 자랑들......
맨 정신에 할 수 없는 말들....
그 다음날, 같이 함께 했던 전우들은 늘 즐거웠다고 했다...
다들 웃으면 "너 어제 술 많이 마셨어!" 하며 오히려 나를 괜찮냐고 물어봤줬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그들은 괜찮았을까?
괜찮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술을 빌려 언어폭력을 행사했고,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
그들에게 나 또한 당했으리라. 하지만 다 같이 술이 취했으니까
그래.. 그랬으니까..... 스스로를 위로했었다.
가끔 법원에서 술이 취해서 모든 행위를 이해해 주고 감경해주는 판결을 볼 때마다 말이 안 된다고 흥분하는데
나는 무엇이 다른가
술은 모든 것을 이해해지 않는다
만취하면... 상대방도 나도. 다 아프다.
회사에선. 나의 주량을 보여줄 필요도 알려 줄 필요도 없이,
맥주 한잔이면 행복하다.
내 어깨의 무거운 짐이 절대 술로,,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