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수주의적 제도의 함정
오늘 이야기할 책은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입니다. [5분 서평]에서 이들의 전작인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다뤘습니다. 전작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했던 두 저자는 이번 책에서 그 위협의 실체가 '극단적 소수'에 있음을 명확히 지목합니다. 어째서 '극단적 소수'를 지적했을까요?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움직인다고 배웠습니다. 선거에서 이긴 쪽이 국정을 운영하고 더 많은 표를 얻은 쪽의 뜻이 관철되는 것이 당연해 보이죠.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이상하게 세상은 다수의 뜻대로만 굴러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소수가 전체를 뒤흔드는 모습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격합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저자들은 우리가 믿고 있는 '다수결의 원칙'이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는 태생적으로 '반(反)다수주의적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나 상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죠. 과거에는 정치적 안정을 위해 설계된 이 장치들이, 오늘날에는 극단화된 소수 정당이 다수의 의지를 가로막고 권력을 장악하는 '무기'로 변질되었다는 것이 저자들의 핵심 진단입니다.
다수가 선거에서 승리해도, 소수는 이 제도들을 이용해 번번이 발목을 잡습니다. 다수가 원하는 법안은 필리버스터에 막히고, 소수의 입맛에 맞는 판사들이 사법부를 장악합니다. 결국 다수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빠지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는 서서히 무너져 내립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저자들은 이를 '정치적 강공(Constitutional Hardball)' 이라 부릅니다.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민주주의의 규범과 정신을 파괴하는 행위죠. 선거구를 기형적으로 획정해 적은 표로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거나, 투표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특정 계층의 참여를 막는 식입니다. 겉으로는 법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들이죠.
극단적 소수는 더 이상 다수의 지지를 얻으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대신 게임의 규칙 자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꿔버리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저자들이 얘기한 상황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생겨난 상황들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날 한국 정치에도 대입이 된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 책이 단순히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소수의 강경한 목소리가 전체를 압도하는 현상이 오늘날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통으로 겪는 위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자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이 '반다수주의적 함정'을 개혁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소수가 다수를 인질로 삼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민주주의의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죠. 과연 이러한 함정들을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소수가 다수를 인질로 삼을 수 있는 이런 함정 시스템들을 바꾸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끝끝내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걱정을 안겨주는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였습니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는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