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자키스

당신의 영혼은 자유로운가

by cm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면 가끔 책과 생각의 감옥에 갇혀서 진짜 삶과 세상을 놓치고 있다는 불안이 들 때가 있습니다. 머리로는 많은 것을 이해하지만, 정작 감정은 차갑게 식어버리고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한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오늘의 책인 <그리스인 조르바>에 등장하는 지식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책 밖에 세상에 대해서 고민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런 고민에 대한 소설이자 철학서입니다. 같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야기는 '나'라는 이름의 젊은 지식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늘 공허함을 느낍니다. 그러던 중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와 삶의 모든 것을 뒤흔들어 버리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우연히 항구에서 조르바라는 노인을 만나고, 그의 주체할 수 없는 생명력에 이끌려 크레타섬의 갈탄 광산 사업에 동업자로 고용하게 됩니다.


조르바는 '나'와 정반대의 인물입니다. 그는 글을 읽을 줄 모르지만 세상의 모든 이치를 본인의 몸으로 경험합니다. 슬플 때나 기쁠 때, 혹은 말이 막힐 때면 그는 산투리(악기)를 켜거나 춤을 춥니다. 이성이나 논리가 아닌 본능과 열정으로 순간을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이죠. 책상머리에 앉아 인생을 고민하는 '나'에게 조르바라는 존재는 그 자체가 살아있는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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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끊임없이 묻습니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조르바에게 자유란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는 사업이 망해도 춤을 추고, 사랑하는 여인이 죽어도 슬픔을 온몸으로 표현한 뒤 훌훌 털어버립니다. 그에게 인생이란 성공이나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매 순간의 희로애락을 남김없이 불태우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조르바는 삶을 분석하는 대신, 그저 살아나갑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조르바의 자유로운 영혼이 책장을 뚫고 나와, 너무 많은 것을 재고 따지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우리의 등을 떠미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지금 살아있는가?’, '당신의 영혼은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을 온몸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하네. 내일 일어날 일도 묻지 않네.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일세. 나는 자신에게 묻지. '조르바, 지금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그럼 잘하게.' '조르바, 지금 자네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하게. 키스할 동안 다른 건 다 잊어버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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