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을 뒤집는 다정함의 과학
우리는 흔히 자연이 적자생존의 법칙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적자생존은 가장 강하고, 가장 잔인한 존재가 살아남는다는 의미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다윈의 진화론 역시 냉혹한 생존 경쟁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죠. 그런데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 힘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오늘 이야기할 책,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바로 이런 놀라운 가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인 책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함께 보겠습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저자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종들의 가장 큰 무기는 ‘친화력’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공격적인 침팬지와 달리, 서로 협력하고 유대를 나누는 보노보가 더 성공적으로 번성한 것을 에시로 듭니다. 이런 가설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개와 늑대입니다.
개는 늑대보다 힘이 세거나 똑똑해서가 아니라, 인간에게 먼저 다가가는 ‘다정함’을 선택했기 때문에 늑대와의 생존 경쟁에서 승리하고 전 세계로 다양한 종이 퍼져나갔죠. 이처럼 다른 존재와 협력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능력이 뛰어난 종이야말로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진화의 법칙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요? 이 책에서는 인류가 스스로를 길들이는 ‘자기 가축화’를 통해 진화했다고 말합니다. 인류가 집단 내에서 가장 공격적인 개체를 도태시키고, 서로에게 관용적이고 다정한 개체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다정함’ 덕분에 인간은 서로의 마음을 읽고, 신뢰를 쌓고,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어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 ‘다정함’에는 역설적인 이면이 존재합니다. '다정함은 우리를 하나의 집단으로 강하게 결속시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능력이 외부의 집단에 대한 끔찍한 잔인함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우리의 정체성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우리 안의 다정함은 우리 편이 아닌 ‘타자’를 비인간화하고 공격하는 무서운 무기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인류가 보여주는 극단적인 이타심과 끔찍한 폭력성이 사실은 ‘친화력’이라는 동전의 양면임을 경고합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진화의 역사를 뒤집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바꿀 수 있습니다.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진짜 비밀이 힘이나 지능이 아닌 ‘다정함’에 있었기 때문이죠. 이 책의 내용은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DNA에는 경쟁과 갈등의 역사뿐만 아니라 협력과 연대의 유산이 깊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쟁이 극에 달한 현대 사회에서도 이 책에서 말한 ‘다정함’이 우리 자신과 공동체를 구원할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 아닐까 합니다.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은 우리 종의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다정함은 단순히 기분 좋은 감정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가능케 한 가장 강력한 진화적 도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