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을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다루었습니다. 장르소설 분야인 sf와 현대 문학의 적절한 융합을 해낸 소설 단편집이었죠. 오늘 다루어볼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도 비슷합니다. sf소설이지만 순문학과 같은 철학들을 담고 있습니다. 어떤 sf 상상력과 철학적 고민을 담고 있는지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6편의 단편을 모두 다루지는 않고 책 제목이 된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만을 중점적으로 얘기해 보겠습니다~
지하철에 앉아 시끄럽게 통화하는, 혹은 길거리에서 러닝셔츠 하나 입은 상태에서 담배를 피우는 노인들을 보면서 무심코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나는 절대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그런데 만약 우리가 노인이 된다면 그런 추한 모습이 아닐까요? 심너울 작가의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바로 현실적인 질문에 대해서 SF의 문법으로 풀어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양윤'은 20대 시절에 버스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노인을 보며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70대가 된 양윤은 자기는 그래도 존중받고 사는 노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양윤은 요즘 유행한다는 가상현실게임을 즐길 수 있는 캡슐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계를 받아들이기에 그의 몸은 늙어버렸습니다. 결국 젊은 직원의 도움으로 끌려 나온 양윤. 그를 보면서 직원이 한 마디 합니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이 소설에서 ‘늙음’이란 단순히 신체적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사랑했고, 어떤 방식으로 타인 또는 세상과 관계를 맺었는지 등, 한 인간 전체에 대한 평가입니다. 주인공은 사소한 일상에서 점점 자신이 노인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 과정에서 “나는 절대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라고 되뇌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냉정하게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양윤 스스로는 본인이 세상의 속도를 잘 따라간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이미 그가 뒤쳐졌다고 봅니다.
양윤이 느끼는 “추하게 늙는다는 공포”는 사실 우리 모두의 경험이기도 합니다. “저렇게 늙느니 차라리 쓸쓸하게 사라지는 게 낫지 않을까?”, “나도 언젠가 저런 부끄러운 늙음을 맞게 될까?”라는 생각은 우리의 마음 어디에 존재하는 고민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이 책은 늙음을 무조건 비극으로 그리거나, 역설적으로 치켜세우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각 세대가,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길을 질문하고, “어디서부터가 추함이고, 어디서부터가 아름다움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나는 절대 저렇게 늙지 않을 것’이라는 애매한 다짐보다는 ‘나답게 오래 살아가는 법’이란, 자기 자신과 꼭 마주 보고 진심으로 솔직해지는 것을 얘기하는 소설입니다.
“사람은 늙으면서 진짜로 추해지는 게 아니라, 추해지는 걸 두려워할수록 더 쉽게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