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서평] 주홍글씨/ 너새니얼 호손

죄와 위선에 대한 고민

by cm

한국에서는 어떤 죄나 잘못을 저지는 사람에게 평생 동안 따라다니는 꼬리표, 낙인을 일컬어 '주홍글씨'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주홍글씨'의 어원은 소설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주홍글씨'라는 단어의 기원이 된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인 <주홍글씨>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 소설은 17세기 청교도 사회를 배경으로, '죄'와 '구원', '위선'이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20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고전입니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헤스터 프린이라는 여성이 갓난아기를 안고 교수대 위에 서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녀의 가슴에는 'Adultery(간음)'를 뜻하는 주홍색 글자 'A'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남편이 없는 사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은 죄에 대한 평생의 형벌이죠. 사람들은 그녀에게 돌을 던지고 경멸을 보내지만, 헤스터는 끝까지 아이 아버지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모든 비난을 꿋꿋이 감당합니다.


헤스터의 간음 상대였던 딤즈데일 목사는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죄를 숨긴 채 매일 밤 양심의 가책과 위선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파괴해 갑니다. 겉은 존경받는 성직자이지만 그의 내면에는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을 감추어져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비밀의 무게에 짓눌려 서서히 죽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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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스터의 가슴에 새겨진 주홍 글씨는 단순한 처벌의 상징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죄악'과 '수치'의 의미였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헤스터의 삶을 통해 점차 ' 능력(Able)'과 '천사(Angel)'의 의미로 변모해 갑니다. 호손은 '죄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인간이 스스로의 존엄을 어떻게 지켜나가는가'를 헤스터를 통해 보여줍니다. 때문에 소설 속에서 가장 비극적인 인물은 딤즈데일입니다. 호손은 그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숨겨진 죄가 한 영혼을 얼마나 철저하게 파괴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호손은 헤스터와 딤즈데일의 반대되는 내면을 여실히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때문에 이 소설은 인간 내면에 대한 집요한 심리 묘사는 압도적입니다. 다만 상징과 비유로 가득 찬 문체이기에 내용이 빽빽하게 들어차있고, 읽기 편한 문장들은 아닙니다. 조금씩 문장들을 곱씹으며 천천히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죄와 구원, 위선과 진실이라는 묵직한 주제가 느껴진답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여성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죄란 무엇이며, 진정한 속죄는 어떻게 가능한가를 깊게 고민한 책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죄보다 마음속에 숨겨진 위선이 더 파괴적일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죠. 소설의 배경은 엄격한 청교도 사회지만 이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이중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때문일 것입니다. 타인에게 쉽게 낙인을 찍고 돌을 던지는 우리의 모습 속에도 어쩌면 또 다른 '주홍 글씨'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상당 기간 동안 한 얼굴은 자기 자신에게, 다른 얼굴은 군중에게 보여주다 보면, 마침내 어느 것이 진짜인지 몰라 당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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