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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생 Aug 17. 2024

뒤처진다는 감각.

누구나 그렇듯. 나도 그렇다. H 또한 그렇다. 누구든 타인의 성공적인 사례에서 배우려 한다. ‘누구는 이렇게 해서 저렇게 하고 있단다.’


비교라는 말은 거창하다.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다. 불안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들은 무엇을 잘했고 ‘나‘와는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 보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고민해 볼 뿐이다.


오늘의 H 또한 그러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주변의 어떤 사람이 쓰레드(라는 SNS)에 무언갈 올리기 시작하더니, 한 달 만에 팔로워를 1.5만이나 모았단다. 게다가 그 팔로워들을 활용하여 수익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며 자신 또한 그렇게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말한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자신과는 어떤 모습이 다른 건지, 자신도 그렇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고맙게도 바로 지금 나의 맞은편에서 깊이 고민하고 있다.


건강한 고민이다. 그러한 고민을 하는 것을 언제나 응원한다. 같은 응원을 나 스스로에게도 보낸다. 다만,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는 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걸까. ‘영향력’의 그 본질에 대해서 말이다. 영향력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사람마다 그 이유는 다를 것이다. 그리고 솔직하게 적자면, 나는 영향력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영향력을 끼치기 보다는 내가 던지는 '메시지'가 작게라도 세상에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


요즘 세상은 영향력의 ‘크기’가 수치화되어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는 시대다.  60만 팔로워, 100만 팔로워 등. 참 간편하고 편리한 세상이다. 하지만, 영향력의 ‘품질’은 아직 수치화하여 비교할 수 없다. 어떠한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다. 영향력의 크기는 그만큼 수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익 자체가 목적이라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법이야 어떻든 팔로워들을 긁어모아야 한다. 자극적으로 컨텐츠를 만들어도 되고, 전문적인 지식을 뽐내도 되고, 외모적 매력을 어필해 사람들을 끌어모아도 된다. ‘수익’ 앞에서는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는지는 중요치 않다. 자극적인 연예계 소식을 전하는 70만 ‘사이버렉카’ 유튜버가 아름다운 철원시의 자연환경을 담아내는 7000명 구독자의 ‘철원시 공식유튜브’보다 100배 큰 영향력을 끼친다. 그로 인한 후원과 수익은 100배의 차이보다 클 것이다.


그런데 나는, ‘사이버렉카’가 되고 싶진 않다.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팔로워를 늘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은, 세상이라는 거대한 종이에 기록을 남기는 행위이다. 기록을 남길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 특히 세상에 남기는 기록이기에 지우고 다시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 ‘나’를 세상에 내던질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20대에 춤을 아주 잘 춰서 유튜브 영상으로 남겨온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학술적으로 뛰어난 연구를 해서 30대에는 해당 분야에서 나름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춤추는 연구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금은 온 힘을 다해 연구에 몰두한다 하더라도 ‘20대에는 공부 안 하고 춤추고 놀았네?’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게 안된다는 말이다. 이 연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과도하게 삐딱한 것 같은가?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대이다. 누군가의 시선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면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것은 좋지 않다. 누가 뭐라든, 자신의 길을 진정성 있게 걷는 사람만이 인플루언서로서 지속해서 살아갈 수 있다. ‘20대에 춤추고 놀았던’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야 하고, 그것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다만, 20대에 춤추고 놀았던 과거는 평생을 연구만 하며 살아오신 분들의 업적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유명해지지 않더라도. 홀로 조용히 자신의 결과물과 생각들을 쌓아오신 분들은 나름의 업계에서 조용하게, 그리고 깊게 존경받는다. 모든 분야에 그런 분들이 있다.


자신을 세상에 던진다는 말은, 다시 말해 자신의 이미지와 명예를 엿으로 바꿔먹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를 드러낸다는 행동은 그래서 진정성 있으면서도, 신중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내가 어떤 행동과 말을 하는지는 나의 자유이다.

‘언제쯤’ 나를 드러낼 것인지도 나의 자유이다.

‘무엇으로’ 나를 드러낼 것인지도 나의 자유이다.

‘어떻게’ 나를 드러낼 것인지도 나의 자유이다.


영향력 있는 사람의 말과 행동은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준다. 행동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반대로 행동을 조심하게 하는 교훈을 줄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미약하게나마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다. 어쩌면 나와 같은 조그마한 마음들이 모여서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것이리라. 이 ‘작은 힘’은 내가 생각하는 따뜻한 세상을 향한 올바른 방향이어야 한다. 나의 생각에 공감해 주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조금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겠다.


H는 자신의 취향과 색이 뚜렷한 사람이다. 그녀의 취향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하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면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력을 갖출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다만, 지금 당장 영향력을 갖추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모든 곡식과 과일 또한 그 목적과 방향에 따라 수확까지 반드시 기다려야만 하는 기간이 있다. 벼는 가을이 되어 고개를 숙여야만 베는 것이 의미가 있다. 전문적인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인내와 숙고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적어놓고 보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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