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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생 Sep 03. 2024

불안과 집중의 상관관계

퇴근하는 길, H를 기다리고 있는 순간에 어떤 글을 읽었다.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한 부부가 흔들리면서도, 서로 의지하고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읽고 H를 생각했다. 나도 그들처럼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과 감정이 차올랐다. 이 감정은 약간은 벅찬 감정이다. 이 느낌을 그대로 전하고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H를 만나자마자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건 실수였다. 서로 의지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겠다는 감정보다는, 서로 어려워하는 배경에 대해서 주로 말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잘 못하면 어떡하지', '내가 H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도 튀어나왔다.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됐다.


흔들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어떠한 건물, 구조물이라도 흔들리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안정된 상태여야만 안전하게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흔들림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물체가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건축공학에는 '공진'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떠한 물체가 그 고유진동수와 '같은 진동수'를 가진 외부의 힘을 주기적으로 받을 때 진동 폭이 증폭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건넌다고 하자. 모든 구조물에는 고유 진동수가 있는데,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면서 다리에 전달하는 진동수가 우연히 이 고유진동수에 맞아버리면 다리가 심하게 흔들리게 된다. 이 현상은 쉽게 말하면 그네를 생각하면 되는데, 그네를 탈 때 그 타이밍에 맞춰 뒤에서 밀어주게 되면 그네가 더 멀리, 크게 나가는 개념을 생각하면 된다.


건물 안에서 에어로빅을 하거나, 어떤 단체 춤 동작을 할 때에도 건물의 고유진동수와 맞는 진동을 반복해서 가하게 되면 지진이 난 것처럼 건물 전체가 크게 흔들리기도 한다.


마음도 비슷하게 공진 현상이 있다. 흔들리지 않던 사람도, 조금만 흔들리던 사람도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그 진동이 증폭되어 더욱 심하게 흔들린다.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의도치 않게 H를 흔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가진다. H는 나의 말을 듣고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하지만 계속 생각에 빠져있다. 어쩌면 이런 흔들리는 남자를 만나서 후회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 같아도 후회할 것이다.


남자는 불안을 꺼내두지 않아야 한다. 모든 남자가 그렇다. 곁에 누가 있어도 그건 마찬가지이다. 대표로 일을 할 때에도, 대표가 먼저 불안해하면 안 된다. 아무리 불안해도 티를 내선 안된다. 불안하지 않던 팀원들도 불안한 대표 때문에 더 불안해진다. 이 불안한 흔들림은 공진처럼 옆으로 번져간다.


그럼 불안하거나 흔들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의 답은 불안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불안을 꺼내두지 않으려는 노력, 불안에 관심을 두지 않는 노력은 불안의 불씨를 점점 사그라들게 할 것이다. 불안이라는 것은 관심이라는 산소를 공급할수록 잘 타오른다.


불안에 관심을 두지 않고, 내가 당장 할 것과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이외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집중이란 이처럼 다른 어지러운 곳에 마음을 두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일은 신경 쓰지 않고.

내 사람의 말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말을 듣지 않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안된다고,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 여자에게만 집중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애정을 두지 않고.


집중한다. 집중하면 흔들리지 않는다. 마음이 한 군데에 깊게 박히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뽑히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신경 써야 하는 것에만 신경 쓴다. 이외에는 관심 밖이다. 그저 오늘의 할 일을 한다. 다른 것 이외에, 오로지 그곳에만 성취를 느낀다. 외에 다른 것엔 흥미가 없다.


이것을 H를 만나면서 점차 깨달아 간다.

이렇게 하나를 또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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