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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생 Sep 06. 2024

밀도 높은 삶, 선물

병실에 누워있는 어제와 오늘,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사실은 밀도 높지 않은 삶을 살고 있던 건 아닌지, 정신을 어디에 빼놓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몇 시간쯤 생각에 잠겨있다 보니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의 직업적 사명들과 H와 함께할 현실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최근 H와 함께할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동시에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 좌절하는 나의 모습들을 자주 그린다. 또한 H와 함께 있는 그 순간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고, 무언갈 적어서 남기고 싶다는 강한 충동에 휩싸이기도 한다. 미래와 과거에 대한 일들로 H와 함께하는 현재의 소중한 순간을 영영 놓쳐버린 건 아닐까? 지금 H와 함께한 순간들은 다신 돌아오진 않는다. 앞으로의 걱정을 할게 아니라,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 한 순간이라도, 단 1초라도 더 H의 얼굴을 바라보고 마음 안에 담아두어야 한다.


 일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나중에 대표로서 일을 할 때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떠한 문제가 터지지 않도록 미리 예상되는 리스크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팀원들과 소통하면서 가벼운 스몰톡으로 친목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과 관련되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장 내 눈앞에 일을 빠르게 처리해 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 더 많은 해야 할 일과 수많은 요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최대한 모두의 말을 친절하게 들어주고 해결해 주기 위해서는 나의 문제해결 능력부터 키워야 한다. 밥도 하면서, 청소도, 빨래도 하면서 동시에 일도 하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챙기는 일. 누구나 다 하는 일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H와 함께하는 순간에는 늘 성장한다. 그 순간은 나에겐 늘 선물 같다.


어제 내가 입원하는 모습을 바라본 H가 오늘은 퇴근하고 나에게로 다시 찾아왔다. 하루 종일 H만 생각했던 나는 감격에 겨워, H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감격에 겨워, 나의 얼굴 위쪽 부위에 수분이 약간은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H는 도착하자마자 오늘 하루의 고난들을 가볍게 털어놓는다. 마음 편하게 얘기해 주어 다행이다. 오늘은 내가 H의 보호자일지도 모른다는 기분 좋은 착각을 했다.


마음만은 내가 더 챙기고 싶다. H가 살아내는, 마주치는 순간들이 조금 더 기쁘도록 해주고 싶다. 하지만 나에겐 이런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 못한다. 매 번 선수를 뺏기고 오히려 받기만 한다. 오늘 힘든 하루를 보냈음에도 감사하게도 먼저 나의 마음을 챙기러 찾아주었다. H는 노랗고 보드라운, 귀여운 꽃을 건넨다. 좋은 꽃이라며, 부드러워서 귀엽다며 만져보라 건넨다. 너무 작고 귀여운 꽃다발이다. 가녀린듯한 이 노랗고 작은 꽃들은 내가 만지면 부서져버릴까 두렵다. 이것은 마치 내가 H를 쓰다듬을 때의 마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H는 여리여리한 체형인 데다 세심한 감각을 지녔다. 너무 귀여워서 과한 애정표현을 하게 되는 날이 있다. 내가 무심코 힘을 주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되는데, 많이 아파해서 미안했던 적이 자주 있다. H에게 다가가는 일은 항상 조심스러운 마음이어야 한다. 만지면 다칠까, 다가가면 도망갈까 두려운 마음이다.


나를 위한 선물뿐만 아니라, H는 내 주변의 사람들까지 챙기려 노력한다. 피부에 좋은 아이템이라며 우리 어머니에게 드릴 선물을 건넨다. 혹시 이게 그 말로만 듣던 그린라이트라는 것인가? 나한테 잘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고마웠다. 내 주변의 사람을 챙긴다는 것은 나와의 관계를 꽤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기뻤고 그것을 표현했지만, 나의 마음이 전부 전달되진 않은 듯하여 아쉽다.


어찌 보면 나도 참 표현이 서툴고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법도 빈약하다. 그래도 마음만은 언제나 진심을 다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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