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연생 Sep 23. 2024

럭키비키잖앙

후무스키친이라는 곳에 한번 더 왔다. H의 소개로 후무스라는 음식을 알게 된 지 몇 달이 되었는데, 오늘은 라씨라는 음식을 H덕에 처음으로 먹게 되었다. H는 라씨 중에서도 망고라씨를 자주 먹는다고 말한다. 망고라씨는 달달하고도 생망고향이 많이 나서 좋다. 우리는 함께 시킨 버터치킨 커리와 아보카도 샐러드를 맛있게 먹는다. 라씨를 많이 먹었는지, 나는 배불러서 많이 먹지 못하겠다. 지난번 왔을 때는 우리나라에서 에그인헬로 불리는, 샥슈카라는 음식도 같이 먹었다. H는 샥슈카에 올라가는 계란이 먹고 싶었는데, 못 먹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샥슈카에 올라간 계란이 맛있긴 해서, 하나 주문할까 말했다. H는 샥슈카 먹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위에 올라간 계란이 먹고 싶은 것이라 설명한다. 아쉽지만 오늘은 둘 다 배가 부르니, 다음에 방문했을 때 주문하기로 한다.


H는 자주 생각에 빠진다. 대화를 하다가도, 나를 앞에 두고 무언가를 고민하거나 회상한다. 내가 편한 것 같아 다행이다. 나는 동화 [햇님과 바람, the wind and the sun]에서 햇님과 같은 남자친구가 되고 싶다. 비유하자면 햇님은 상대방의 마음을 어루만져 긴장감을 풀고 편안하게 한다. H가 다른 생각에 빠지는 순간이, 나에게 무장해제 되는 순간이라고 느껴서 좋다.


생각을 마친 H가 선택과 결과,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에 대해서 말한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H는 현실을 애써 무시하면서까지 긍정적이고 싶진 않다고 말한다. 다만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 선택을 했던 그 순간과 장면의 장점에 대해서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 말에 나도 공감했다. 내가 내리는 모든 선택을 사랑하고 싶다. 다만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아픔은 아픈 채로 두어야 한다. 슬픔은 슬픈 채로 두어야 한다. 슬픔을 기쁨으로 덮으려 노력해도, 본질이 바뀌진 않는다. 다만 슬픔 그 자체도 좋아해 보려 노력할 뿐.


H는 럭키비키라는 말을 어떤 마음에서 하는지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알 것 같기도 했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H만이 그 감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과 지금의 감정들을 H의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길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대접하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