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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생 Dec 09. 2024

전문성이란 상대를 이롭게 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

12/7

H의 동료는 일을 잘한단다. 특히 영업적인 면에서. 프로페셔널한 지식과 경험으로 고객을 사로잡는다. 적절한 조언과 지난 고객의 결정들에 대해 평가와 판단을 내리고 그를 보완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준단다. 거기에 약간의 추천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린다.


H는 그게 맞는 것인지 고민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비싼 돈을 주고 구매를 하는데, 정말 꼭 필요한 것들을 가성비 있게 추천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단다. 특히 스스로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합리적으로 지출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고객을 위한 합리적인 지출보다 오직 고객의 만족도를 올리는 것이 중요한 것. 거기에 매출도 함께 늘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Up-selling은 영업에 있어서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매출액이 증가하면 당연히 보상도 따라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닐 수 있다.


자동차로 예를 들면, 투싼보다 제네시스 GV80를 뽑으면 만족감이 더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누구에게나 GV80이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차량을 이용하는 고객이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두느냐에 따라 구매 결정이 이뤄지면 좋겠다.


매니저는 고객의 모든 사항을 알고 추천할 수 없다. 무조건 업셀링을 하는 것은 매니저에게도 장기적으로 좋진 않다. 고객의 상황과 니즈를 최대한 듣고 수용한 뒤,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전문가로서 조언과 추천을 한다면 좋겠다.


H가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분야가 그렇듯 자신의 분야에 대해 잘 이해하고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리라. H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어떤 것이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일지는 당사자만이 판단할 수 있다. 같은 증상이라고 하더라도 수술을 권하는 치과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는 분도 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수술을 권하는 병원이 좋은가? 꼭 그렇진 않다. 하지만 증상을 정말 예민하게 느끼는 환자들은 수술을 권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고객의 배경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 모든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가 무언가를 권할 때에는 나름의 철학과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 철학과 기준은 자신이 일을 대하는 태도와 상대방을 이롭게 하려는 고민에서 나온다. 정답은 없다. H의 분야에서는 H가 가장 잘 알 것이고, 아마도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나 또한 그러하다. 이 고민은 직무의 본질적 고민이고, 일을 그만두는 날까지 계속하게 되어야 한다.


아마도 우리 모두는 본질을 고민하는 만큼 더 성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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