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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어 하고 싶어 : 결국 물만두

by 소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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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온 H는 며칠새 무리를 했다. 도착 당일 나를 만나러 와서 선물을 전해주기도 했고, 다음날 바로 출근해 하루종일 많은 업무를 소화했다. 그다음 날은 다행히 쉬는 날이었는데, 어김없이 H의 몸이 아프다. H는 연약미가 있다. 연약미란 작고 귀엽고 소중해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누가 만든 단어냐고 하면, 그냥 생각난 단어라고 하겠다.


명절 연휴기간이라 나는 H와 떨어져 있다. 그래서 약이든, 죽이든 챙겨주고 싶어도 그러기가 어렵다. 다행히 엄청 많이 아픈 것은 아닌가 보다. 통화하는 목소리는 약간의 애교가 섞여 있다.

H는 물만두를 참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아침에 해주신 물만두가 좋았다나. 나도 물만두를 해주고 싶은데 너무 멀리 있어서 물만두를 데친 뒤 서울로 가져다주면 물만두가 식을 것 같다. 그렇다고 H의 집에 가서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만두를 파는 음식점을 찾아본다. 다들 물만두를 사이드로 팔지 메인으로 팔지는 않는다. 특히 중국점 물만두가 괜찮아 보여서 H에게 무엇을 배달시켜 줄까 물어봤다. 내 생각에는 바질크림새우에 물만두를 주문하면 딱 좋아 보였다.


"먹고 싶어 하고 싶어!"

H가 말했다. 먹고 싶어 하고 싶다고. 먹고 싶어 하고 싶은 것은 많단다. 실제로 눈앞에 있으면 몸이 아파서 먹진 못할 것 같은데, 그래서 실제로 먹고 싶진 않은데. 그리고 식욕이 있지도 않은데. 그래도 내가 사진을 보여주니까 뭔가 먹고 싶은 느낌은 드나 보다. 실제로 ‘음식을 먹고 싶어도 못 먹는 환자들이 이런 느낌을 받으려나 ‘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다. 아픈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마음이 이럴까 싶기도 하고.


“맥 앤 치즈 먹고 싶어 하고 싶어!”

“짜장면 먹고 싶어 하고 싶어!”

“탕수육 먹고 싶어 하고 싶어!”

“카페인중독 떡볶이 먹고 싶어 하고 싶어! “


여기 나온 아이들은 실제로 H가 좋아하는 음식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음식도 있다. 특히 짜장면은 평소에 H가 잘 먹지 않는 음식이다. H는 오늘은 짜장면이 먹고 싶은데 막상 눈앞에 있으면 못 먹을 것 같다고 했다. H는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한다. 하지만 그 음식이 눈앞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 복잡 미묘하지만, 무슨 마음인지는 약간은 이해가 가서 매번 그 음식을 함께 먹는다. 덕분에 나는 살이 찌지겠지만. ㅎㅎ


오늘은 정말 몸이 안 좋은가 보다. 결국 분식집에서 물만두 하나만 배달주문하고, 나중에 먹겠다며 갈비만두를 추가했다. 그리고 먹고 싶다는 갈아 만든 IdH와 식혜를 추가해 주었다. 맛있게 물만두를 먹는 H를 보면서 나는 앞으로 더 잘해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쿠팡에서 물만두 4 봉지를 주문한다. 물만두 하나에 고마워하는 사람이라니. 귀여운 아기 천사가 나의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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