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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정아

by 황인갑

서정은 고등학교 때 만난 누나의 이름이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고 누나는 3학년이었다. 누나를 목포의 어느 학원에서 만났다. 정통종합영어를 잃어버렸는데 내가 찾아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누나와 친해지게 되었고 학원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게 되었다. 누나는 다른 남학생이 치근덕거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누나는 조정선수이기도 했다. 누나는 교회도 다녔다. 때로는 용당동에 있는 누나의 집에 찾아가게 되면 마르치라고 크게 외치면 그것을 신호로 밖으로 나와서 수학문제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한 번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당시 사진값이 500원이었는데 학생으로서는 큰돈이었다. 그때의 내 모습은 찡그린 듯 웃는듯한 모습이었다. 거기에는 누나랑 나랑이라는 글이 쓰여있다. 1975년11월이면 추운 날씨였다. 지금도 그 사진을 가지고 있다. 벌써 50년 전의 일이다. 누나의 졸업식에 가서 축하해준 사진이 있다. 옆에 있는 친구는 같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나는 목포 518로 수배가 되고 수첩을 형사에게 빼앗긴 적이 있다. 거기에 누나의 전화번호도 적혀있었다. 그 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서 살았는데 다른 여학생을 시켜서 대신 전화를 걸게 한 적도 있다.


우연히 종로거리를 거닐 때 누나를 만났다. 참으로 이렇게 넓은 세상에서 종로에서 만나게 되었다. 연세대학에 부설된 어느 학과에 다닌다고 해서 그 학교 캠퍼스에 같이 가게 되었다. 그 후에는 연락이 두절되어 찾을 수가 없다. 아는 사람을 통해서 조회를 했더니 대구에 산다고 했다. 나는 아닐 것이라 단정했는데 그때 연락처를 적어놓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렇게 만나지 못해도 마음속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보고 싶어도 평생 만날 수 없을지라도.


정아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 스쳐 간다

사무치는 외로움에 애간장 녹이고서

지우려 애쓰는 순간 선명해진 그리움


누나를 처음 만나 설레는 고교 시절

늘 함께 공부하며 쌓이던 순간들이

사진속 오롯이 담아 추억하나 만들고


언젠가 종로에서 우연히 마주쳐서

대학교 잔디밭을 걸으며 떠나간 후

다시는 만날 수 없어 애달프기 한없네


먼 훗날 앨범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사나

내 마음 흔들어놓고 사라지는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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