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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by 황인갑

석천 1주기 추모제 추모사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당신이 떠난 지 벌써 1년이 되었네요. 처음 부음을 들었을 때 그 충격과 놀라움이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이제는 당신의 이름으로 된 카톡에는 낯선 여성이 나타나요.

오늘은 시민단체가 준비한 추모제를 드리고 있어요. 지난번에 천안에 있는 묘소에 참배하고 추모집 출판기념회도 성황리에 했어요. 저녁에는 당신이 좋아했던 식당 북경에서 너무 사람이 많아서 자리가 부족할 정도가 되었어요.

당신은 항상 사람 대접하기를 좋아했지요. 항상 먼저 돈을 내고 베풀기를 좋아했어요.

이렇게 추모의 열기가 뜨거운 것을 보면서 당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어요. 당신을 우상같이 따르는 황현수 목사와 영원한 부목사처럼 당신이 간 후에도 곁을 떠나지 않고 온갖 수고를 다 한 김경희 목사를 보면 부러움과 질투심이 날 정도예요. 당신은 떠났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많이 남겨둔 것을 볼 때 든든하고 복된 분이라 생각이 드네요.


당신이 처음 목포에 와서 낯설고 외로울 때 나는 친구가 되었어요. 언제나 부르면 달려갔지요. 당신을 태우고 해남도 가고 어디든 같이 다녔어요. 어제는 당신이 살던 현대아파트 골드클래스를 보았어요. 당신이 누리지 못한 하루의 삶을 내가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복길 교회 있을 때 강단교류도 해 내가 산돌교회에서 설교했어요. 나는 어머니에게 줄 낙지 한 접을 당신께 드렸고 사모님에게 시금치 한 바구니를 드렸어요. 당신은 내게 사과 한 박스를 주셨지요.

당신은 숨김없이 모두 이야기했어요. 우리는 신과 인생,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당신은 진보적인 사람이었어요. 우리가 모두 하나님이라 말했고 전태일의 이름으로 기도 했어요. 그때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해하고 있어요. 당신은 언제나 우리보다 앞서가셨어요. 이영재 목사는 당신이 떠난 후 대화할 상대가 없다고 아쉬워했어요. 무슨 질문이든 당신이 결론을 내렸고 명쾌하게 답을 주었어요.

당신은 시민단체와 가까이했어요. 이렇게 많은 시민단체가 당신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느낍니다. 교인들보다 더 순수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은 시민단체가 오히려 체질이 맞는 것 같아요. 당신은 일인시위도 하고 평통사 버스노조 환경 연합 여성단체 세월호 등과 함께 했지요. 엊그제는 당신이 함께한 환경 연합 강연회도 참석했어요.


당신이 임직식 설교할 때 힘없는 모습을 보았어요. 예전 같지 않았어요. 당신은 성서 학당 운영위원장도 그만 내려놓고 싶다고 여러 번 했어요. 아마 당신 몸의 상태를 알고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때는 브레이크 없는 차가 되었어요. 많은 사람에게 당신이 필요했고 그에 부응해야 했으니까. 그러나 당신의 몸은 몇 번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 가고 여러 곳이 아프다는 말을 들었어요.

당신은 평소에 농구를 좋아하고 탁구 실력도 뛰어나서 게임을 하면 내가 당신을 이길 수가 없어요. 코로나 때는 고전 모임도 취소하자며 올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에는 비닐장갑을 끼고 그렇게 건강에 신경 쓰고 아파트 계단을 올랐어요. 차를 타고 갈 때도 옆에서 자고 이야기하다가도 자고 있었어요. 그것은 당신의 건강에 적신호인 것을 이제야 알게 돼요.


제 아내는 말하기를 당신이 이렇게 위대한 줄 몰랐다고 늘 감탄해요. 그러면서 내가 죽으면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오지 않을 터라고 하면서 어느 날은 김종수 목사를 따라 한다고 걱정해요. 과로해서 죽을까 봐 그런 것 같아요.

당신은 죽지 않았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기억 속에 살아있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없는 성서 학당, 고전 모임, 평통사, 목포의 거리를 우리는 활기차게 걷고 있어요. 목포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당신의 고향이에요. 오늘 당신의 영전에 꽃 한 송이를 바칩니다.


당신이 뿌린 많은 씨앗이 이제 많은 열매를 맺고 있어요. 당신의 무덤에 새겨진 요한복음 13:1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는 말씀처럼 당신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가셨어요.


때로 무안 청계 서부교회도 주일에 사모님과 깜짝 방문했고 해남 옥매교회도 방문하셨어요. 전상규 목사는 당신이 입은 검은 와이셔츠를 입고, 마치 당신의 기운을 받는 것처럼 기뻐했어요.


내가 목회지로 어려움이 있어 추천사를 부탁할 때 당신은 나를 위해 추천사를 써주었어요. 나의 좋은 점을 잘 표현해 주었어요. 때로 당신이 나를 서운하게 한 적도 있어요. 고전 공부할 때 내가 발제를 잘하지 못하자 잘한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고 빨리 끝내자 나는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어요.

당신이 동분서주하며 창립한 전남 NCC는 위기도 있었지만 이제 안정을 찾아 당신의 뒤를 이어가고 있어요. 당신이 하늘에서 기도해 주고 응원해 주었다고 믿어요.

당신은 부재중이지만 이제 우리는 당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이 되어 사랑하고 손이 되어 글을 쓰고 발이 되어 뛰어다니고 눈이 되어 지켜보고 입이 되어 말하겠어요.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2024.6.28. 황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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