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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이혼 진술서

by 황인갑

〈이혼 진술서〉


-김숨 『이혼』


이 소설에는 여러 이혼의 사례들이 나온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최의 아내는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제자를 병원에 끌고 가 임신중절을 시킨다. 영미선배는 이혼했다는 전력 때문에 p복지재단에서 해고를 당한다.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아버지는 중학교 졸업인 어머니를 폭행한다. 어머니는 마음은 이혼하고 싶지만 딸의 장래를 생각하며 이혼을 하지 못하고 참는다.

신도가 2천 명이 넘는 목사의 아내는 유방암을 겪으면서 이혼하지 못한다. 남편과의 이혼이 이천 명이 넘는 신도들과의 이혼이기도 해서, 모태에서부터 믿은 신과의 이혼이기도 해서다.


치매가 온 여자를 남편이 극진히 돌보았는데 기억을 잃어가던 여자는 과거의 남편을 찾아갔다. 사십여 년 동안 함께 산 현재의 남편을 망각하고 사십 년도 더 전에 이혼한 과거의 남편을 여전히 자신의 남편인 줄 알고…


철식은 민정에게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시를 쓰면서 날 버리겠다고 하는 것은 네가 쓰는 시는 거짓이고 쓰레기라고 한다. 시를 쓰는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신이 아니지. 당신의 신이 되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한 인간의 영혼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난을 들은 뒤로 시를 쓰지 못하고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혼이 나는 통과의례 같아. 나도, 당신도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 시속 백이십 킬로로 고속도로 위를 달리다 만난 터널처럼….”“나는 이혼이라는 통과의례가 내게 불행이 아니기를 바라….”


과거 우리 부모 세대들은 거의 이혼이 없었다. 이혼하는 것이 부끄러운 세대였다. 유교문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참고 살았고 미운 정 고운 정으로 살았다. 그러나 지금 세대는 이혼이 부끄럽지 않은 세대가 되었다. 누구나 이혼을 쉽게 결정하지는 않는다. 이혼하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힘들기 때문에 이혼하는 것이다.

소설의 많은 이혼 사례들을 보면서 부모 세대는 이혼하고 싶어도 딸 체면 때문에 이혼하지 못하고 학대를 받으면서 사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난다. 아버지는 이혼하려고 하는 어머니와 딸의 말에 분노하면서 자기 때문에 40년을 편히 먹고살았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의 잘못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모든 가정의 이혼에는 그만한 사연과 이유가 있다. 모두가 다 만족한 상대는 없다는 말로 이혼을 반대할 수는 없다. 오늘의 시대에 화두로 자리 잡은 이혼의 문제를 작가는 우리 앞에 던지고 있다. 이혼진술서에는 이혼의 사유와 재산 분할 양육권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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