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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로 산 생애 첫 주택이 악몽이 된 순간

저는 불법점거 피해자인데, 다주택자라니요?

by Pang Lee


평생을 월세를 내고 살다가, 지난달에 나는 몇십개의 집을 보러 다니고 고르고 골라 전체 집 가격의 60%를 대출을 끼고 생애 첫 주택을 샀다. 30년동안 64만원씩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그래도 월세집을 더는 전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그리고 드디어 내 첫 집이 생겼다는 생각에 기뻐하려던 찰나, 취득세 납부 대리를 해주시는 법무사님께서 전화가 와서 "지금 다주택자라고 이 집을 사면 1세대 2주택이 되어서 1천 9백만원이 넘게 내야한대요!" 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주시는 게 아닌가. 부동산에서 잔금을 치를 때, 생애 최초 주택구입이면 취득세 1.1%를 50%감면도 해준다며 "이제 집주인 이시네요, 축하해요!" 하시던 그 분이.


그 분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나는 더 당황했다.


"제가 왜 다주택자에요??? 저는 이게 첫 집인데????"


"의왕시에 주택세를 내신게 있어서 다주택자래요."


"그게 무슨소리에요 저는 주택이 없는데???"


알고보니 돌아가신 어머니 유산으로 작년에 내 이름으로 등기가 된 땅이 문제였다.


그 땅에는 다른 사람이 자기 집을 걸쳐서 지어놓았는데(당연히 명의도 그사람의 것이다), 이 집이 걸쳐있어서 내 땅은 주택의 부속물이 되어 주택분 토지세를 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택분 세금을 냈으니 집이 있는 걸로 치겠다 라는 기적의 논리로, 마포구청은 나에게 1천9백48만8천원을 취득세로 부과했다. 원래 1주택 생애최초 취득으로 계산했으면 1백2십7만6천원이어야 할 취득세가 갑자기 열댓배는 넘게 뛰어버린 것이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사는 집이니 취득세는 그날 당장 내야만 설정 등기가 마무리 된다고 해서, 당장에 2천만원에 가까운 돈이 있을 리가 없던 나는 신용카드 회사에 전화해서 카드 한도를 최대로 올리고 두 카드를 모두 한도까지 할부로 긁고, 그래도 돈이 모자라서 7백여만원은 현금을 어떻게든 구해서 취득세를 납부했다. 말그대로 영끌이었으니, 남은 돈이 없었던 탓이다.


근데 납부는 당장 하지 않으면 내 은행 대출도, 내 첫 집도 날아간다니 어떻게든 하긴 했지만 그 이후는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로드뷰로 본 무단점거 주택. 지게차 뒤의 저 기와집이 내 토지에 걸쳐있다.


내 토지에 남의 집이 무단으로 지어져있는 것도 억울한 일인데. 심지어 철거소송과 퇴거소송까지 해서 법적으로도 철거명령을 받은 땅인데, 그 집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곧 있을 토지수용의 보상인 입주권을 노리고 절대로 못나간다고 버티고있는 것 때문에 나는 졸지에 다주택자가 되어서 엄청난 세금을 내게 되었다.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아마 그 토지가 수용될 때도 나는 다주택자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내면서 원치도 않는 토지수용을 당해야겠지.


근데 이게 정말 이래도 되는걸까?


내 땅의 일부가 무단점거 당했기 때문에 주택이 없는데도 1세대 2주택 기준으로 취득세를 내는 게 상식적으로든 법적으로든 맞는 일일까?


재산세를 주택분으로 부과한 의왕시청에도 찾아가 문의해봐도 그 집이 무단이든 뭐든 걸쳐있어서 주택분 토지세를 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고, 마포구청에 전화해봐도 "주택분 세금을 내셨으니 주택이 있으신 거고, 이 새로 취득한 집은 1세대 2주택이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저는 집이 없는데요? 제 토지의 그 집은 저랑 아무 상관이 없는 남이 가진 집인데요??"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제 다음주부터 카드 할부로 낸 취득세가 매달 200만원가량 나올 예정이다. 거기에 대출금 상환금 64만원을 합하면 이건 불행히도 이미 내 소득을 넘는 액수가 된다.


토지 불법점거의 피해자인 나는, 어쩐지 다주택자가 되어 이제는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내가 뭐 주택가격상승을 노리고 번듯한 아파트나 산거냐하면 그것도 아니고,

나는 지어진 지 30년을 바라보는 17평짜리 노후빌라를 영끌을 해서, 대출도 용기도 있는대로 끌어내서 월세를 탈출할 목적으로 산 것 뿐인데. 이제 당장 다음주부터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하기만하다.


무단점거자 분들은 오늘도 법이고 뭐고 입주권 받아야하니 철거도 퇴거도 못한다고 입장을 확실히 하셨다.

마포구청은 오늘 찾아가봤더니 내가 낸 이의신청서는 업무가 바빠서 아직 열어보지도 않았다고했다.


나는 누굴 탓해야할까?


일부 무단점거된 내 땅은 누가 사지도 않을 뿐더러 LH에서 토지를 수용해버린다고 통보해서 팔 수도 없고, 남의 집이 얹혀있어서 대출도 안된다. 재산권행사는 전혀 못하면서 재산세만 내게 생긴 상황에서 나는 무슨수로 이 비싼 취득세를 내나.


학자금대출도 올해 겨우 갚은 변변찮은 30대 주제에 과한 욕심을 낸 걸까?

억울하고 분한데 일단 당장의 돈 마련이 급선무라 마냥 분해하고 있을 수 만도 없고 방법을 찾느라 고군분투하고있다. (돈을 마련하느라)



방법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좀 알려주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렇게 나의 고난과 역경을 글로 풀어 쓰는 것 정도이니.


이런 부조리와 어떻게 맞서야하는지 참.

오늘은 잠이 오려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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