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말

by wholemy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닷속에서

나를 건져 올린 것은


“나만이 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흔한 말의

반대말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


부모의 삶이든, 자식의 삶이든

사랑하는 어떤 이의 삶도 대신 짊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그들의 생의 이면 앞에서 무력했다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인데

끝은 채워지지 않는 허기였다


받은 사랑이,

주었던 사랑이

이렇게 끝을 맺는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무게감에 짓눌리고,

주었던 사랑이 너무 간절해서 허기로 남는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그런데

그렇다면 받은 사랑에, 주었던 사랑에

반대말은 무엇일까?


과연

같은 크기의 사랑으로 ”교환“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이 의미 있는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타인의 삶을 대신 살 수도,

그 무게를 대신 짊어질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부터


나는 받은 사랑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나의 사랑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나는 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한다.

사랑하는 이의 짐을 뺏어 들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믿어주려고 한다

기다려주려고 한다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충분히 후회할 수 있도록,


“너의 삶은 오롯이 너의 것이기에,

나는 너의 모든 선택과 고통을 온전히 존중한다"는

가장 뜨거운 지지를 보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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