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의 지우개

자개모빌 만들기

by 박현주

작년 여름, 경주시 행사 중에서 자개모빌 만들기 체험이 있었다.

나는 행사가 아무리 많아도 주말은 웬만하면 피한다. 코로나는 둘째치고 바글대는 인파 속을 헤집고 다니는 게 싫다. 생각만으로 에너지가 줄줄 새어나간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맛집에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부분은 나와 찰떡같이 잘 맞다. 찰떡궁합이다.






친한 언니께서 작년에 만드신 것을 보고 이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 자개모빌이 내 손안에 들어왔다.


알록달록 무지개 색깔의 자개에 반하고, 자개들끼리 몸을 비비며 내는 신비로운 음색은 천상의 소리처럼 듣고 있으면 세상시름이 다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았다.


친한 언니께서 자개모빌 반제품(diy)이 있다며 만들어서 가져가라고 하셨다.


자개모빌 행사 때 신청하고 참석 못한 분이 diy키트를 받으셨는데 전혀 못하시겠다며 언니께 주고 가신 것이다.



그분 덕에 나는 자개모빌이 생겨서 좋았고, 언니는 diy키트를 해치워서 좋다고 했다.


서로에게 좋은 일들을 함께 만들어나갔다.



자개 색깔별로 나누고 연결하기



자개색을 순서대로 정렬했고 낚싯줄로 같은 색상인 자개를 연결해 나갔다.


연결하는 동안 초집중하느라 입이 오리주둥이만큼 튀어나왔다.



색색깔의 자개들을 나무링에 연결했다. 사선으로 높낮이를 주어 점차 내려가듯 자개계단을 만들어 나갔다.



자개줄의 높낮이를 맞추기 위해 팔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는데 팔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신나게 웃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신나게 웃다 보니 나중엔 눈두덩이가 아파왔다.


얼마나 째려보며 만들었는지 둘 다 아픈 눈을 조심스레 빙글빙글 돌리며 달래주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음에도 결과는 상상이상으로 달콤하고 행복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작업실로 향했다.


때마침 바람도 신나게 불어준다.


천장에 단 자개모빌이 바람에 의해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 건지 쉴 새 없이 재잘재잘.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린 아가들이 엄마에게 안겨 재잘거리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일으킨다.


자개모빌이 바람에~



한참을 바라보았다.


잠시지만 자개들의 재잘거림이 마음에 평안을 안겨주었다.


소리와 색깔에 매료되어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그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고맙다고 언니께 인사를 보냈더니


"좋으냐? 나도 좋다.ㅎㅎ"라는 말이 나를 울컥 이게 했다.


일곱 글자 안에 사랑이 녹아져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앞으로 우울하거나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는 자개모빌 곁에 앉아 조용히, 자개들의 수다를 지켜보아야겠다.


그러다 보면 어지러운 내 머릿속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지 않을까?



나에게 와준 자개모빌아~ 어서 와. 반갑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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