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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Apr 11. 2023

죽은 입맛도 살린다는 그 반찬

제피잎무침

나는 고수를 제외한 모든 향신료와 향이 진한 나물을 애정한다.

그중에서도 봄에 꼭 먹어야 되는 나물 중 하나인 제피잎을 무쳤다.


제피잎은 이 시기가 지나면 억세고 가시가 커지기 때문에 먹을 수가 없다.

딱 지금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봄나물반찬이기도 하다.


제피나무가 그루나 있었는데 신랑이 화단정리를 하며 깨끗하게 정리해 버렸다.

어머님이 아끼시는 나무기도한데 집뒤쪽에 있는걸 말도 없이 정리를 해서 집에서는 더 이상 뜯을 수가 없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지.


봄이면 고사리를 뜯으러 가는 길에 제피나무가 많았던 게 기억이 났다.


어머님이 제피나무를 언급하시는 것을 보니 드시고 싶은 것 같아 산에 갈 채비를 하고 등산화를 신고서 산으로 향했다.


사실 높이 안 올라가도 지천에 널려 있기 때문에 고생스럽진 않다.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고, 마음껏 내어주는 자연에게 감사할 뿐이다.


두 주먹만큼만 뜯어왔다.(손이 조금 크다.^^;;) 동네분들도 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욕심부리지 않기로 했다.


뜯는 내내 코로 한번 갖다 대서 향기 한번 들이마시고 봉지에 담기를 반복했다.


너무 강한 향기에 질색하는 분들도 많지만 나는 엄청 좋아하는 향기다. 향수보다 더 좋다.






집에 와서 식초물에 30분쯤 담갔다.


이유는 모르지만 주워들은 대로 실행했다.

약을 쓰지 않고 씻고 소독한다는 의미이지 않을까라는 내 짧은 소견이다.


식초물에서 건진 제피잎을 3~4번 깨끗하게 씻어냈다.


물기를 제거하고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해 주었다.


거창한 게 들어가지 않는다.


매실청 조금, 고추장, 올리고당, 깨소금이 끝이다.


아이도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조물 거리며 무친 제피잎을 한입 맛보았다.


제피향이 혀를 장악했다. 매콤 달콤한 향은 후발주자로 다가왔다. 제피잎이 입에서 목으로 넘겨지자마자 매운 향도 아닌 것이, 알싸함도 아닌 것이 은은한 자극이 온다.


이 자극마저도 행복하다.





시어머님이 한 접시를 뚝딱하셨다. 잘 무쳤다고 칭찬도 아끼지 않으셨다. 죽은 입맛이 살아나는 것 같다고 하신다. 괜스레 으쓱해진다. 이 맛에 요리를 하는가 보다.



한통을 담고 접시에 한번 먹을 만큼 담았는데도 남아서 지인께 드리려고 담아두었다.


초록색나물은 전부 좋다는 분이라 웃으며 반기실 모습이 벌써부터 눈앞에 그려진다.




나눌 때 기쁨은 배가된다. 작은 나물 하나라지만 내 마음도 담겨있고 그분이 좋아하실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해진다.


이래서 나누는가 보다. 받는 이도 주는 이도 행복해지니까.



나는 오늘도 행복을 나눈다.


삭막하기도, 씁쓸한 세상살이라지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참으로 무궁무진한 것 같다.

나누기에  행복하다.


또 따러 가야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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