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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May 06. 2023

내 곁에 와준 아이들이 고마운 날이다

어린이날

2023년 5월 5일.
101회 어린이날이란다. 100년이 지난 뜻깊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둘째까지 중학생이 되다 보니 어린이날이 이제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실감 나지도 않는다.

비가 오는 바람에 쉬게 된 신랑과 함께 일할 때 쓸 2.5톤 중고트럭을 보러 전라도 나주로 향했다.
주말에 가려고 했으나 주말전날이자 어린이날인 오늘, 공휴일에 맞춰  비가 내려주어 서둘러 길을 나섰다.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 같이 가자고 애걸을 해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괜히 섭섭한 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어린이날이라 어느 날보다 아이들과 함께 있어주고 싶었는데 이제 아이들이 놀아주지 않는다.
처음엔 이런 아이들의 변화가 섭섭하기도 했고, 잘 크고 있는 거라던 주위의 이야기에 다행스럽기도 했다.
준비가 아직 안된 작은 어미는 받아들이기가 어색하고 힘들었다. 마음과 머리가 혼란스럽고 어려웠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변할 줄이야.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만 해도 분리불안이 있는 건 아닌지 염려되던 아이였다.
다른 때는 멀쩡한데 겨울만되면 발동되는 분리불안이 있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연탄보일러를 쓰고 있었는데 연탄을 갈러가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동생도 잘 있는데 큰아이가 유독 떨어지질 않았다.
너무 추우니까 감기라도 걸릴세라, 또 연탄가스를 조금이라도 맡게 하기 싫은 어미마음은 안중에도 없고 무조건 쫄쫄이가 되어 따라다녔다.

처음엔 혼도 많이 냈다.
눈물 한 바가지를 빼게 하고 5분도 안 걸려서 돌아오면 시계를 보여주며 내가 한 일이 옳다고 큰소리로 아이를 타박했다.
그러다가 혼내는 것도 지쳐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내복바람에 외투를 입고 창고로 향한다.
그게 뭐라고 아이는 그리 해맑다.

"따라오니 그렇게 좋나?"
"응, 너무 좋아."
"아무것도 안 하는데도?"
"응, 엄마랑 있어서 좋아."

10년이 지났는데도 그 장면은 잊히질 않는다.

지나 보니 알겠다.
어려운 것도 아니고, 힘든 것도 아니었는데 그때 조금 더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줄걸. 그게 뭐라고.
내가 옳다고 여겼던 육아방식들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깨우침이 한가득 안겨온다.

다시 돌아가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좋은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기도, 어느새 커버려 곁을 내주지 않는 아이들이 낯설기도 하다.

다 때가 있다고 한다.
그 말은 세월이 흐를수록 크게 다가온다.

아직도 어린 내 아이들인데, 더 자라면 출가도 할 테고 시집, 장가를 가게 되면 지금 이 시간도 그립고 아쉬울 텐데, 덜 그립고  덜 아쉽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좀 더 집중하고 아이들 말에 귀 기울이는 엄마가 되어주겠다고 주먹을 힘껏 쥐어 본다.

좋은 어미가 되어주겠다는 다짐과 지난날의 반성을 되짚게 되는 어린이날이다.

101회 어린이날은 글을 쓰며 엄마의 길을 되돌아보는 날이 되어, 쉬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내 곁에 와준 아이들이 고마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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