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국립박물관을 누비다-3(마지막 편)

신라천년서고를 가다

by 박현주

특별전시관을 나오니 햇볕이 온몸을 불사르는 듯했다. 뜨겁다 못해 따가웠다.

오늘 최고 기온이 30도라 했는데 체감온도는 40도 같다며 다들 입을 모아 날씨를 나무랐다.

우린 무더움을 무시하며 가야 할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서고로 가는 길목은 유난히도 발목을 잡는 것들이 많았다.

복제품이지만 석가탑과 다보탑도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뒤로 돌아가다 보니 연못을 안고 있는 '고 청지'라는 곳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박물관의 교육과 행사가 진행된다고 했다.


고청지


저 멀리 수장고도 보였지만 목적이 있는 서고를 향해 우리는 행진했다.

다양한 풀과 나무들이 서고까지 가는 길을 마중이라도 나온 듯 눈을 기쁘게 해 주었다.



서고 앞에 섰다.

박물관크기에 비하면 약소했지만 오픈한 지 반년도 안 된 곳이라 그런지 반가움과 기쁨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모두가 들어가셨지만 나는 외관 사진을 찍고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사진을 찍는 동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신라천년서고



2022년 12월 15일 개관한 '신라천년서고'를 드디어 만났다.

박물관 안에 마련된 이 서고는 과거 수장고로 사용하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라 했다. 이곳에서는 국내외에서 열린 주요 전시 도록과 신라·경주학 관련 책들, 문학, 미술, 박물관(유물 등) 관련도서등이 즐비했다.

평소 보기 드문 책들이 다양히 준비되어 있었다.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이들이 볼만한 책도 한쪽 편에 마련되어 있어서 다음번엔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싶단 생각도 떠올렸다.


신라천년서고 안





다양한 장소, 다양한 자리에서 사진을 마구 찍어댔고 구석구석을 살폈다. 아는 책이 보이면 반가워하기도 했다.

우리는 오전 내내 박물관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박물관은 벅참과 웅장함, 두근거림과 행복을 선물했다. 고마운 오전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보문 숲머리에 경주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국수맛집으로 향했다.

밥을 좋아하는 선생님이시지만 김밥이 메뉴에 있기에 그곳으로 한걸음에 달려가 열무국수와 땡고추부추전, 김밥까지 다양하게 주문을 했고, 순식간에 클리어했다.

ㄱㅈㅎ국수집



다들 부른 배를 두드리며 가게를 빠져나왔고 식당 오는 길에 보았던 분황사 옆 메밀꽃단지를 찾았다.



햇볕은 따가웠지만 산책이 필요했다.


과식으로 인한 배부름이 모두를 괴롭혔다. 사진도 찍고 꽃도 구경했다.


분황사 옆 홍메밀꽃


얼마나 흘렀을까? 한 선생님의 지인이 요 근처에서 커피숍을 하신다 했다.


배가 꽉 찬 상태지만 커피 먹을 공간은 있지 않겠냐며 열심히 걸어가 그곳에 도착했다.

아지트 같은 공간이 있어서 우리는 거침없이 그곳을 선택했다.

많은 대화 속에 우리의 우정은 무르익어갔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여럿이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었고 대화가 통하다 보니 은은한 행복이 솟아났다.

차도 맛있었지만 대화는 더더욱 맛났다.


급한일들이 코앞에 닥쳐있었지만 해낼 수 있다는 안도의 말로 나를 안심을 시키며 오늘의 만남을 선택했다.

그 당시에는 잘한 선택이었나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하루의 데이트를 3편에 거쳐 완성했다.

그만큼 알차고 값진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그거면 되지 않나? 그 시간에, 그 만남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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