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행복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가슴이 벅차고, 감사하고, 황홀했던 날이었다.
나의 두 번째 그림책인 '엄마의 기도'가 세상에 나왔다. 출판 혹은 창작을 산고의 고통에 비유하지만 그 이상일수도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시립도서관에서 그림책출판 수업을 듣고 여기에서 그친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기왕이면 내가 만든 책에 ISBN(국제 표준 도서 번호)을 달아주고 싶었다.
자가출판의 경험이 있으니 조금은 쉽게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여기며 덤볐다가 큰코다치는 경험을 했다.
첫 그림책인 '나도 가족이래요'라는 책은 양장이 아닌 일반도서로 제작을 했던 터라 가격도 착했고 그림도 중앙배치가 많아 어려운 부분이 그다지 없었다. 전혀 모르던 포토샵과 인디자인을 배워가며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나갔다. 그 책을 만들 때는 투잡을 뛰고 있던 때라 시간을 쪼개고 쪼개가며 책을 만들었다.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하면 못할 정도로 열의가 대단했다.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글과 그림이 수십 번 바뀌었다. 썼다가 지우길 반복했고, 그림책출판 동기 대부분이 완성되어 갈 무렵, 그때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내달렸다.
그러던 와중에 주문받았던 소품이 있어 미친 듯이 만들어 납품하고는 그 뒤로 작품에만 열중했다. 더욱 입체적으로 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시간이 촉박했다. 새벽 4시면 기상하던 내가 새벽 4시까지 바늘을 잡고 있던 날도 있었다. 얼마나 몰두했던지 시간이 그만큼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로 푹 빠져서 작업을 했다.
감사하게도 마감을 하루 앞두고 완성시켰다. 그림을 그리고, 원단에 옮겨서 바느질을 하고, 소품스튜디오에 넣어 사진을 찍고 보정까지 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열정과 정성을 쏟아부은 책을 드디어 오늘 손으로 건네받았다. 그림책을 열고 그림을 보고 있으니 그때의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벅차고 뿌듯했다.
시립도서관에서 만든 책
며칠 전, 같은 파일에 표지만 바꿔서 자가출판을 진행했었다.
첫 책은 반려 없이 한 번에 통과되어 판매가 시작되었던 터라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대단한 착각이었다는 건 다음날 바로 알 수 있었다. 반려메일이 도착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30페이지(15장)만 준비되면 출판이 가능했는데 50페이지 이상 준비돼야 된다며 내 신청이 거절되었다. '헉!! 예상과 다르잖아. 큰일 났네. 최소 10장은 더 필요한데, 어쩌지?'
책으로 내고 싶으면 10장을 더 만들어야 했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에 고민을 바로 접었다.
곧장 10장의 원단을 준비하고 그림과 글이 이어질 수 있도록 글과 그림을 구상했다. 다시 작업에 들어갔고 며칠 뒤, 드디어 완성되었다.
그 와중에도 바자회에 들어가는 테이블보가 필요하다는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했던 시간도 있었다.
결국은 모두 해냈다. 포토샵으로 작품을 다듬고 인디자인으로 표지와 내지를 완성해 그림책신청을 했다.
다음날, 날아온 메일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표지 때문에 또 반려되었다. 내가 배운 것과 교보문고에서 가르쳐준 사이즈가 판이했다. 이럴 수가!! 다시 인디자인에 들어가 재작업을 했고 드디어 오늘 승인문자가 왔다.
교보문고 자가츨판(POD)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불안과 초조함으로 뒤숭숭했었는데 문자 한 통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승인이 나고 2~3시간 뒤에 구매사이트가 열린다 고하셨다. 처음도 아닌데 새삼 신기하고 놀라웠다. 2년 만이라 그런가 싶기도 했다.
일단, 자주 활동하는 sns와 가족, 친한 지인 몇 분에게만 이 소식을 알렸다.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게 뻔했기 때문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축하의 메시지에 나의 행복지수는 한도초과되었다. 게다가 저녁때는 브런치의 떡볶이글도 다음메인에 등장했다.
겹경사를 이런 것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그림책이 태어난 오늘, 나도 다시 태어난듯한 기분으로 하루를 만끽했다. 새롭고 황홀한 오늘이었다. 이 기분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조금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