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도서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공예수업을 하는데 이번 수업을 내가 맡았다. 공예수업은 연초 도서관사업계획에 포함되어 있던 건이라 한 달에 한 번씩 진행되고 있다. 물론 강사료 없이 재료값만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봉사차원으로 하는 거라 재료값을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지난주에 할 수업이었지만 월례회를 당기고 오늘 수업을 하게 되었다. 도서관회원과 회원이아닌 지인분을 초대해서 함께 듣는 수업이었다. 당근떡과 포도로 주전부리를 준비했고 에코백 키트도 준비했다.
MBTI가 지극히 I인 나는 낯선 얼굴들 앞에 서서 인사하는 것부터 힘이 들었다. 심장이 배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감이 온몸을 지배했다. 시간이 흐르며 바느질에 집중하시는 분들을 보니 그제야 긴장감이 줄어들었다. 그때서야 살 것 같았다.
바늘에 찔려 피가 나는 분도 계셨고, 내 설명과 다르게 마음껏 바느질을 하신 분도 계셨다. 바늘땀을 보면 성격을 대충 알 수 있는데 미싱으로 한 것보다 더욱 촘촘하고, 꼼꼼하게 바느질을 하신 분도 계셨다. 다양한 모습과 생각을 가진 분들을 접할 수 있었다. 2조로 나뉘어 수업이 진행됐는데 한 조는 노래를 틀어놓고 여유롭게 바느질을 했다면 다른 한 조는 대화가 거의 없을 정도로 고요함 속에서 바느질을 이어갔다.
각자 다른 속도로 진행되다 보니 왔다 갔다 하며 개인적으로 설명을 하기도 했다. 주위해야될점들도 얘기해 드리다 보니 한시도 입을 쉬지 않았던 것 같다.
바느질에 열중인 분들을 보니 괜스레 내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바느질을 하는 것처럼 행복했다.
2시간의 수업시간 동안 단 한 분만 완성했고 모두 미완성인 상태로 끝이 났다. 그럼에도 즐거웠다고, 또 하고 싶다며 나에게 힘이 되는 말씀만 투척해 주셨다. 감동스러운 이야기로 나를 달래주시니 처음 가졌던 긴장감과 두려움은 어느새 자취를 감춰버렸고 용기가 솟아났다.
내가 강사를 맡고 진행된 수업이 이번이 3번째다. 오늘 수업은 여느 때보다 더 긴장되고 염려스러웠다. 도서관 회원이 아닌 외부지인초청의 자리라 더 그랬던 것 같다. 다행히 수업이 잘 마무리되었고 다음 주 수요일에 보강수업을 한번 더 하기로 했다.
내가 아는 지식을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내가 전혀 몰랐던, 상상도 못 했던 최고의 경험이었다. 가르침의 감동과 전율은 나를 흔들어 놓을 만큼 강렬했고 뜻깊었다.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각기 다른 모습들 덕분에 다양성을 바라보며 인지하게 되었고 모두가 나와 같지 않음도 깨달을 수 있었다.
2시간의 경험이 값지고 귀한 선물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진정시키기에 바빴다. 행복했고 설레었다. 감격적이고 기뻤다.
오늘로 큰 행사는 마무리되었고 드디어 두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게 되었다. 기쁘고 벅차다. 숙제를 끝낸 내 안의 어린아이는 행복감에 젖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