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워킹맘으로

by 박현주

딱 2년 전이다.

워킹맘이란 이름표를 내려놓고 아이를 돌봤다.


아이가 아팠다.

이유 모를 환청으로 힘겨워했고 고통스러워했다.

내 아이는 원인도 없는 병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것에 진심을 다하기 힘들었다.

일을 그만두고 아이만 생각하기로 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씻은 듯이 나았다.

이후로 2년간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어엿한 중학생이 되어 때론 친구같이 지내기도 하고, 때론 벽을 치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랑스럽고 귀엽다.





2주 전, 전화 한 통이 왔었다.

2년 전 같이 일했던 병원의 간호사선생님이셨다.

나의 안부를 물으시더니 이내 병원근무에 대해 물으셨다.

좋은 자리가 있으면 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긴 했지만 너무 급작스러웠던 터라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오늘.

병원 사모님에 이어 원장님까지 전화가 와서 같이 일을 하자고 하셨다.

생각이 깊어졌다.


신랑은 내 선택을 존중하겠노라고 했다.

그의 대답에 고민은 더욱 깊어갔다.


내가 일을 하게 되면 기도했던 기도제목이 4개가 응답을 받게 되는 거다. 게다가 내 월급을 고스란히 4년 2개월을 모으면 신랑이 고대하던 꿈을 이루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일도 적지 않고 환자도 많은 병원이라 고민도 됐지만 사모님, 원장님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일을 해야 할 이유는 명확했다.



병원에서 함께 늙어가자는 간호사선생님, 병원문 닫을 때까지 함께 하자는 사모님, 내색 하나 없는 원장님의 애타는 권유. 모두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일을 하게 되면 가장 걱정되는 건 아이들이었다. 다 컸다고들 하지만 아직 엄마손이 필요한 나이임은 분명하다. 염려스러운 마음에 아이들에게 의중을 물었더니 내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아이들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시간을 마음대로 쓰던 자유도 사라지고, 지인들과의 만남도 줄어들 것이며, 바람쥐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립겠지만 나는 나의 길을 걸어야 된다고 다독였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오늘의 상황도 이유가 있을 거라 짐작해 본다.



금식기도 하루 만에 초스피드 응답을 받은 것인가 싶으면서도 그전에 기도제목들은 하나님이 분명 원하시는 거라는 확신이 들어 감사가 절로 나왔다.



하루종일 이 상황, 저 상황을 대입하며 시뮬레이션을 해댔다.

저녁 8시쯤, 결심을 했다.

순종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길이 아니면 막으실 거란 생각을 하면서 일단 취직을 하기로 결심했다.

2년 전 근무복을 주섬주섬 꺼내보았다.

그 시절의 향수가 되새겨진다.

'다시 돌아가는구나'




내일부터 당장 와달라는 사모님의 부탁이 있었지만 시간을 주십사 하고 다음 주로 출근을 미뤘다.


다시 사회로 뛰어들어야 한다니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론 다른 일상이 기대되기도 한다.


일을 하면 일어날 선한 일에만 집중해 보기로 한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한 빠른 결정이지만 감사함으로 받기로 했다.


더 나아진 근무조건, 파격적인 월급인상까지 모든 게 감사했다.

일단 해보자며 나를 격려해 본다.

또다시 새벽루틴을 재정비해야겠지만 기쁨으로 받으려 한다.


내게 남은 자유로운 3일을 어찌 사용해야 할지 고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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