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와 조우하는 방법

걷고 또 걷기

by 박현주

"우웩~~ 머 하는 기고?"
"냄새나나? 맡아봐라. 안 난다~"

일주일 내내 신랑과 함께 걸었다. 걷고 오자마자 발가락양말을 벗어서 거리낌 없이 내 코에 갖다 댄다.
걸레 쉰내에 꼬릿 한 된장이 섞인 듯한 고약한 냄새가 내 코를 난도질해 댔다.
"쫌"


지난주 내내 적게는 43분, 많게는 1시간 40분을 걷기에 투자했다.
혼자걸을 때도 좋지만 함께 걸으니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맡기 싫은 신랑의 발꼬랑내는 덤이었지만.

요즘 들어 걷기가 재밌다. 조금 과장을 덧붙인다면 즐겁기도 하고 즐기고 있다는 게 사실이다.
걷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왔다가 가고, 또 다른 생각들이 왔다가 꼬리를 문다.


내가 가졌던 일들에 대한 가치, 그것을 평가하는 잣대가 무너진 계기가 글쓰기수업이었다.
글쓰기수업 전에도 걷기 운동을 하긴 했었다. 이어폰하나 덜렁 꽂고 시간 때우는 식의 운동이긴 했지만, 걸으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려고 애쓰는 운동을 하게 되니 내 마음의 자세가 달라졌고 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의 걷는 시간은 나에게 아까운 시간이었다. 운동하는 그 시간에 일을 하게 되면 돈이 더 될 테고, 아프면 안 되니까 억지로 하는 운동이었다면 지금의 걷기는 나를 사랑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자 내 나름의 애정표현이고, 건강하고 싶은 간절함이기도 하다.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다.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다르다'라며 노래처럼 입에 붙은 말씀.
40 중반을 향해가는데 작년과 올해가 다름이 살살 느껴진다.
사춘기 때부터 지금까지 축복받은 하체라 불리고 있고 신랑이 부러워할 만큼 건강하고 튼튼한 하체를 가지고 있다.
하루에 2만 보도 거뜬했던 다리인데 요즘 들어 간혹 무릎이 이상하다. 아프지는 않지만 거슬리는 느낌이 든다.
아직까지 기어 다니며 방바닥을 닦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인 걸까? 한 번씩 필 받으면 2 시간 넘게 걸어서 그런 걸까? 아님 불어난 살 때문에 그런 것일까?
후자가 제일 유력한 이유일 거라 생각되지만 한 해 한 해 녹이 슬어가는 것 같은 몸뚱이에 속상할 때도 있다.
그래도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작가님들의 권유로 나를 바라보는 시각을 더했다. 깊숙이 숨어있고 잠들어있는 나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유아기 때로도 가봤다가, 초등학생시절도 가봤다가 타임머신을 타고 다니는 맛도 쏠쏠했다.
풀 한 포기가 색다르게 보였고 늘 다니던 길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흩날리던 갈대는 나를 응원해주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앉은 새는 나와 함께 거닐며 심심하지 않게 노래도 불러주었다.
자연 모두가 친구가 되어주었다. 걷는 내내 지루 할 틈 없이 자연과 대화하고 내속의 나와도 마주했다.
그 시작이 걷기였고 사유의 발판이 되었다.
홀로 걷거나 둘이 걷게 되어도, 걷다 보니 몸도 마음도 튼튼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됐다.
왜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시는지, 왜 산책을 강요하시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무기력하게 되면 걷기부터 하라고 한다. 성공한 분들의 책을 보아도 하나같이 걷기는 빠지지 않는 조언 중에 하나다. 글 쓰는 분들은 필히 걸어야 한다는 이유도 이제는 알겠다.
많은 분들이 강조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 믿었고 걷기를 놓지 않고 있다.

걷기는 나를 만나기 가장 쉽고 가장 빠른 길임이 분명하다. 나를 찾기 위해 많은 일들과 경험을 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나를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왜 그랬을까? 무수한 시간과 과정 속에서 진정한 나는 왜 못 만났을까?'


그 의문에 대한 해답도 걸으며 찾아가고 있다. 나하고 좀 더 솔직하고 진솔하게 대화하고 싶어 졌기에 오늘도 걸었다. 내일도 무조건 걸어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