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주빛 타일에, 그림책을 펼친 크기를 가진 창문이 있는 공간에 살고 있다. 차가운 날엔 시베리아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 것 같은 냉랭함이 머물기도 하고 간혹 뽀얀 안개 같은 것에 휩싸여 앞이 안 보일 때도 있다. 내가 제일 잘하는 건 물이 닿고 만져지면 뽀얀 거품을 내뿜는 것이다.
이 집에는 건장한 남자만이 나를 쓰다듬고 만져준다. 남자는 아침, 저녁으로 사포같이 거칠고 구멍이 나 있는 천에다 나를 가져다 마구 비벼댄다. 내 몸은 서서히 닳아 없어지지만 나는 병에서 사람을 지켜온 대단한 물건이라며 칭송을 받기에 그 정도는 견딜 수 있다.
이것은 내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집 아이들은 나에게 코를 박고 킁킁거리다가
"향기가 좋아, 엄마가 아기 때 뿌려주던 분 냄새가 나"라며 볼에 갖다 댄다. 마치 치통에 시달려 아래턱을 손바닥으로 감싼 것처럼 말이다.
볼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내 몸에 와닿으면 나는 더 강한 향기를 뿜어낸다.
물이 닿은 손은 내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을 줘서 움켜쥔다. 움켜쥠이 간지러운 날에는 미꾸라지가 빠져나가듯 도망을 치기도 한다.
여자는 씻고 나온 남자 곁으로 다가가 코를 박으며 긴 호흡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비누 냄새가 좋더라, 미간이 찌푸려지는 비싼 향수보다 이 냄새가 더 좋아"
강아지가 주인을 따라 종종거리고 따라가듯 여자는 킁킁거리며 남자 뒤를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