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까는 이불을 돗자리 펴듯 펄럭이며 펼쳤다. 그위로 올라가 배를 깔고 엎드렸다. 가슴팍에 푹신하고 높은 베개를 끌어안듯 받치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책장을 넘겼다. 캄캄한동굴속에 들어가 독서하는 기분이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하다.
나는 엎드려하는 독서가 가장 편하고 좋다. 임신했을 때 가장 하고 싶었던 자세도 바로 이자세다. 필사를 할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이자세로 모든 걸 한다. 유독 이자세로 있으면 나도 모르게 편안해진다.엎드려있다 잠이라도 들면 손자국이 얼굴에 남기도 하고, 머리무게에 눌려 손에 쥐가 날 때도 있지만 그만큼 편안하다. 편안함에 둘러싸이다 보니 행복하단 말이 절로 나온다. 이불속에 대자로 드러눕는 것도 행복하지만, 오늘 나의 행복은 뜨끈한 이불속에서 배를 지지며 책장을 넘기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