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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행복

행복채집 4일 차

by 박현주

오전근무만 했던 오늘, 신랑을 데리러 경산을 가야 했다.


네비를 찍으니 집에서 딱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자그마한 시골이었다.


5시가 퇴근시간이라 10분 전에 도착하도록 미리 출발을 했다.


도착지가 얼마 안 남았을 때였다. 도로변을 바라보자 눈이 2배로 커졌다.


형형색색 피어난 코스모스들이 장사진을 이루었고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백미러를 보니 오는 차가 없다. 얼른 사진을 켜고 카메라에 담는다. 행여 꽃이라도 밟을까 봐, 뒤에서 차가 올까 봐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내 운전대를 다시 잡았다. 잠깐이지만 눈만큼은 즐거웠다.




마을입구에 들어서니 으리으리한 당산나무가 나를 맞아준다.

주차를 하고 나무구경에 나섰다.


세월의 무게를 견뎌낸 나무는 갈라지고 벗겨져있었다. 그럼에도 웅장했고 거대했다.


신랑이 늦어지는 바람에 30분을 그 나무 곁에서 맴돌았다.


신랑을 데리러 갈 수 있어서, 자연의 위대함을 바라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채집일기를 쓰다 보니 곳곳에 숨어있는 행복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난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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