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준비를 위해 가족모두가 집을 나섰다. 유명하다는 아웃렛에 가서 아들옷만 몇 개 집어올 뿐,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결국 마지막 보루로 남겨두었던 시장 근처에 있는 가게로 향했다. 옷을 보러 가기 전 시장통에서 가장 핫하다는 닭집에서 통닭을 주문했고 돌아오는 길, 닭을 잘 모셔왔다. 차에 타자마자 콧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고소한 튀김냄새와 마늘향기가 침샘을 자극했다. 턱아래가 마구 당기는 것이 침이 폭발하는 느낌이다. 마늘후라이드치킨이 유명한 집인데 튀김옷에 카레가루가 약간 들어가 닭고기 잡냄새도 없을 뿐만 아니라 튀김옷도 예술이다. 시간이 지나도 눅눅하지 않고 바삭거리는 게 그 집의 특징이다.
옷을 고르고 입어보는 것도 중노동이었는지 든든하게 먹은 점심이 그새 다 소화가 되었다. 눈치도 없는 뱃속은 음식을 넣어달라며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인지 네모난 박스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통닭향기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다행히 시장에서 산 귤이 있어서 잠시나마 위를 달래줄 수 있었다.
집에 와서 사온 옷을 정리하고 이른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후라이드통닭 위에 다진 마늘을 한 국자정도 푸짐하게 뿌려놓은 비주얼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맛깔스러웠다. 퇴근하면 드시라고 할머니 것을 덜어두고 4명은 상에 둘러앉아 머리를 맞대고 한 조각씩 뜯기 시작했다.
한입씩 깨물 때마다 바싹한 튀김옷은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났고 입속에 있는 살코기에서는 육즙이 뿜어져 나와 환상적인 맛의 하모니를 연출했다.
먹다 보니 금세 바닥이 드러났다. "다리는 너 먹어." "자기 안 먹나?" "응, 내가 양보하겠으~"
두 입쯤 먹었을까?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나, 결혼하고 닭다리는 처음 먹는 것 같아." "설마"
신랑은 설마라는 말을 날리며 이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기를 바라던 눈치였다. 나 또한 아니길 바랐으나 가족과 함께 먹는 통닭이나 삼계탕에서 닭다리를 쥐어본 경우는 내 기억 속에 없었다. 되돌아보고 차근차근 되짚어봐도 없었다.
괜스레 설움? 안타까움? 속상함이 단전 저 아래에서 솟구쳐 올라왔다. 울음이 목까진 금세 차 올랐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고기 한 입과 함께 울음도 삼켜버렸다.
남편과 아이들 몫이라 여겼던 다리를 먹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먹어도 되는 건가? 여태 다리하나를 못 먹었다니, 그럴 수 있지. 엄마들은 다 그럴걸?'
여러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애썼다. 눈물 젖은 빵은 들어봤어도 눈물 젖은 통닭은 처음이었다. 오늘 일기감이라며 일부러 괜찮은 척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시간이 흘러 밤이 되고 글을 쓰며 회상을 하다 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싶은데 아까는 왜 그리 서러웠던지, 작지만 나를 챙겨준다는 마음에 내심 고맙기도 했다.
당분간 닭다리는 내 몫이 될듯하다. 어릴 적부터 동생들에게 양보한다고 목부터 먹었던 기억까지 소환되어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게 뭐라고. 닭다리 하나에 크게 감동받았는 모양이다. 작던 크던 챙김 받았다는 사실은 내가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