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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Nov 20. 2023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는 법

섬여행을 떠나지 못했던 우리는 오전 내내 볼일을 보고 오래간만에 여유를 누렸다.
신랑차도 수리가 끝나 가져왔고, 산부인과 검진 시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피검사를 했는데 결과도 듣고 올 수 있었다.
우리 집은 연탄보일러와 기름보일러를 함께 쓰고 있는데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기름보일러에 기름도 가득 채웠다.
볼일도 보고, 오래간만에 쉼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토요일을 보냈다.

경북 의성군 안계면



오후 3시경, 신랑이 의성 안계에 있는 닭갈비집으로 외식을 하러 가자고 했다.
"주말마다 닭고기만 먹으러 다니나? 닭이 욕하겠네."
은 툴툴거렸지만 싫진 않은지 따라가겠다고 함께 나섰다.
신랑이 의성에서 일할 때 먹어 본 집이라며 극찬을 했다.
숯불에 구워 먹어서 맛도 향도 일품이라나.
어쨌든 여행 못 간 아쉬움을 외식으로 풀자는 신랑말에 채비를 하고 나섰다.
한 시간 반가량  열심히 달렸고 해가 지기 전 우리는 안계에 도착했다.
"뭐라도 보일 때 도착해서 좋네"
안계에 들어서니 군립도서관도 보이고 학교도 보인다.
우리도 면에 살지만 면 치고는 크다며 귀띔을 해주었다.

이내 도착한 닭집.
원래는 밖에서 구워 먹기도 하는데 추워서 포장판매밖에 안 한단다.
오전에 전화할 때는 운영시간만 물었던 터라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점심도 안 먹은 나는 기운이 빠져버렸다.
옆집들도 마찬가지.
신랑이 아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닭집 사장님께서 추천해 주신 건 술집분위기라 차라리 집에 가서 먹는 게 더 낫다고 하셨다 했다.
우리 집은 연탄보일러와 기름보일러를 겸용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연탄에 구워 먹자는 결론을 내렸다.
숯도 있고 번개탄도 있지만 연탄으로 결론내고 닭불고기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밥을 먹고 오진 못했지만 가족들과의 또 다른 추억거리가 생길 거란 기대로 기뻤다.


나는 밑반찬과 조리도구, 접시등을 챙겼고 신랑은 불을 준비했다.
연탄불위에 석쇠를 얹어 닭불고기를 올렸다. 뿌연 연기가 반갑진 않았지만 열심히 구워나갔다.
온통 불냄새를 뒤집어쓰고서도 맛있다며 호호 불어가며 온 가족이 맛있게 먹었다.


얼마뒤, 퇴근하시는 할머니까지 둥글게 둘러앉아 연기 속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창고 안을 가득 메운 연기를 빼기 위해 선풍기까지 동원되었다.



매콤닭불고기에 이어 간장닭불고기, 양념무뼈닭발까지 다양하게 맛보았다.
매콤한 닭불고기를 먹은 아이들은 맛있다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아이들 입에 고기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으니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이날 새벽, 신랑과 단둘이 여행을 떠났더라면 이런 추억도, 이런 맛도 경험하지 못했을 거다.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고기를 먹던 순간이 감사로 젖어든다.


여행이 취소된 게 신의 한 수라고 생각됐다.
신랑과 둘만 있어도 좋지만 아이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때가 더 의미 있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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