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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Nov 26. 2023

아끼던 옷을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각김밥에 넣을 볶음김치를 팬에서 덜다가 주걱이 공중부양하듯 날아오르더니 배를 강타했다.


그날따라 흰옷은 왜 입었으며, 앞치마는 또 왜 걸치지 않은 건지 사건이 벌어진 후 그냥 얼어버렸다.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잠시동안이지만 멘붕이 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옷을 살려야만 했다.


봄에 잠깐 입고 가을에 꺼내 1년도 체 입지 못했고 무엇보다 편해서 자주 손이 갔던 옷이다.


나는 옷 욕심이 크게 없어서 편한 옷만 입는 편이고, 신랑에게 단벌신사냐 놀림을 받아도 꿋꿋이 입는 옷만 추구하는 편이다.


집 나간 정신을 바로잡고 검색에 들어갔다.

주방세재부터 찌든 때를 빼준다는 비누도 사용해 봤고, 커피자국과 피까지 지워준다는 세재까지 사용했는데 주황빛 얼룩은 자취를 감출 생각이 없는지 여전히 내 눈에 가시처럼 남아있었다.


베이킹소다에 식초, 심지어 기름까지 부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허탈했다. 비벼대던 손만 아팠다.

결국엔 옷을 버리기로 결정했다.






'비우고 다시 채우면 된다.'라고 위로해 보지만 헛헛한 마음은 감출길이 없다.


이야깃거리야 싸구려 티셔츠 쪼가리 하나지만 아쉬움에, 안타까움에 글을 써 내려간다.


다음부터 요리할 때는 흰옷은 최대한 피하고, 앞치마는 무조건 해야 되겠다는 교훈을 톡톡히 배운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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